▲ 산란계농장의 살충제 성분 검사. <중도일보DB> |
혈세로 보조금에 비싼 가격까지 소비자만 우롱
‘살충제 계란’파문이 전국으로 확산된 가운데 충남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산란계 농장이 모두 친환경 인증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의 친환경 인증제가 얼마나 허술한지 실체를 드러낸 것으로 전국적으로도 살충제 계란이 확인된 상당수 농장이 친환경 인증을 받아 허술한 제도운용이란 비난을 피할 길이 없어졌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충남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현재 충남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은 논산 서영농장, 아산 무연농장, 홍성 구운회농장, 천안 시온농장 등 4곳이다.
이들 4곳의 계란농장은 모두 정부의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트로 납품된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시온농장은 친환경농장이지만 기준치의 2배를 넘겨 소비자들을 어이없게 했다.
무연농장에선 풀루페녹수론(Flufenoxuron)이 검출됐다. 이는 계란에선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안 되는 살충제다. 독성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체내 잔류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일부 농장주들은“살충제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시민 이모(45·천안시 불당동)씨는“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라면 살충제가 하나도 검출되지 않아야 하는데 일반 기준치 2배라니 너무 황당하다”며 “친환경 마크가 있는 계란을 믿고 사먹을 수 있겠냐”고 개탄했다.
친환경 인증농장의 살충제 계란은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 정부는 이날 오전 5시 현재 검사대상 1239개 농가 가운데 876개 농가의 검사를 완료해 32개 농가 계란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친환경 무항생제 계란을 생산하는 농가가 28개에 달했다. 부적합 농가 중 87%가 친환경 무항생제 농가인 셈이다.
이와함께 일반 허용기준 이내로 검출돼 친환경 기준을 위배한 농가도 35곳에 달했다. 이들은 친환경 인증표시만 제거하면 생산한 계란을 일반 제품으로 유통할 수 있다.
친환경 인증 농가의 계란에선 살충제 성분이 조금도 나와선 안 되지만, 농약성분이 검출됐어도 판매할 수 있어 시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국내 친환경 농산물 인증은 60여 개 민간업체가 맡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가 1999년 도입돼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관리원이 업무를 전담했지만 2002년 민간업체가 참여하고 올 들어 이들에게 모든 인증 업무가 넘어갔다.
농산물관리원은 인증 업무가 제대로 처리됐는지에 대한 사후관리만 하고 있다.
민간업체들은 인증을 신청한 농가에 대해 서류 및 현장심사를 통해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고 친환경 인증서를 내준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는 정부로부터 친환경 농산물 직불금을 지원받고 친환경 마크가 붙여 일반 상품보다 보통 1.5~2배의 가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살충제 계란에서도 보여주듯 부실한 관리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 2013년에도 민간대행업체 직원의 ‘셀프인증’등 말썽을 빚어 왔지만,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는 이번 사태를 맞았다.
정부의 허술한 사후 운영은 더욱 문제였다. 친환경 계란은 살충제 성분이 나와서는 안 되는데도 허용기준치가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하도록 발표됐다. 일부 친환경 계란에서 살충성분인 비펜트린이 검출됐지만, 기준치 이하라는 이유로 폐기되지 않았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박완주 의원은 “정부가 친환경 인증 농가 구분조차 없이 전수조사에만 집착해 국민에게는 잘못된 정보가 제공된 셈”이라며 “친환경 인증관련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선해 국민적 신뢰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내포=맹창호ㆍ세종=이경태기자 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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