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원기 경제과학부 기자
정부의 경제정책이 중소기업을 옥죄고 있다. 내년부터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면서다. 최저임금은 현재 6470원에서 내년부터 7530원으로 인상을 확정했다. 여기에 근로시간을 현재 일주일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축소하려한다.
이 같은 정부정책은 근로자에겐 삶의 질 향상과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데 반해 중소기업 경영자에겐 한숨으로 다가온다.
16.4%나 상향된 최저임금에 대해 기업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지역 중소기업 대다수는 최저임금 인상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상승폭이 너무 크다고 하소연한다.
오는 2020년까지 최저시급이 1만원으로 오르게 되면 오랜 기간 운영한 사업장을 접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를 낸다. 대전지역 중소기업 대표들은 근로자의 입장을 고려한 정부의 이러한 정책에 환영의 뜻을 내고 있지만, 기업의 속사정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고 토로한다.
지역의 벤처기업 대표는 “경기침체 속에 기업들의 현지 상황도 어느정도 파악을 한 뒤 인상안을 정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받아들일 틈도 없이 근로시간 단축안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
내년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궁지에 몰린 기업들은 두손두발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전지역의 한 제조업체 대표는 “정부는 근로시간을 줄이는만큼 빈 공간을 새로운 일자리로 대체하려고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최저임금도 내년부터 오르기로 확정된 판국에 그게 쉽게 되겠나”며 “기업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 마라톤에 한 번도 출전하지 않은 사람에게 완주를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푸념했다.
여기까지가 현장에서 만난 기업 대표들의 솔직한 심정이 담긴 이야기다.
최저임금 인상부터 근로시간 단축까지 정부의 다양한 실험적 정책에 한숨을 내뱉는다. 물론, 경영인들도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엔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속도가 너무 빨리 숨이 가팔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당장 내년부터 정책이 시행되면 준비기간이 적었던만큼 쉽게 지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업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이에 따른 대책안을 마련해야 긴 마라톤을 준비하는 기업이 열심히 뛸 수 있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근로시간 단축이라도 단계별로 나눠 기업의 특성에 맞게 조절하는 정부의 숨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