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지역 학교 현장에 남아 있는 일본제국주의 잔재 청산을 위한 실태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교육과정 속에 독도 및 역사교육 강화를 위한 다양한 교육활동이 진행되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 남아 있는 일본 잔재 청산 노력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교육현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일본식 한자어나 일본어 투의 말은 대표적으로 훈화, 훈시, 조회, 사정회, 공람, 별책, 차렷, 경례 등이 있다. 동ㆍ서ㆍ남ㆍ북 등이 방위명이 포함된 학교명, 중앙ㆍ제일 같은 단어도 일제강점기 잔재로 보고 있다.
교육방식에도 일본 잔재는 여전하다. 학교에서는 여전히 개인 보다는 단체를 중시하고, 공동체에서 이탈되는 학생은 배척하고 있다. 이외에도 획일적인 깃발문화, 치열한 경쟁주의, 무조건 해야하는 군대식 문화 등이 있다.
문제는 타 시ㆍ도교육청과 달리 대전교육청은 교육현장에 남아 있는 일본 잔재 청산을 위한 노력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대구교육청은 광복 71주년이었던 지난해 학교 현장에 남아 있는 일본 향나무 없애기에 동참했으며, 경기교육청은 학교명에 포함된 동ㆍ서ㆍ남ㆍ북 방위명과 중앙ㆍ제일 등 단어를 변경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또 조회, 차렷ㆍ경례 등 일본식 문화 및 장학사, 장학관 등 의미와 역할이 바뀐 교육 행정 용어도 바로잡는 노력을 하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충북교육청이 지난 2월 교육현장에서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일본식 한자어나 일본어 투의 말들을 순화된 우리말로 사용하도록 하고 교육에도 적극 활용하라는 공문을 산하 기관에 안내했다. 이와 함께 가이즈카 향나무를 교목으로 지정한 학교의 경우 교목 지정을 해제하고, 교체할 것도 요청했다.
반면, 대전교육청은 그동안 일본 잔재 청산을 위한 실태조사나 캠페인 등 별도의 활동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일본 향나무가 식재된 학교나 교육현장에서 일본식 한자어 청산을 위한 노력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얼마나 청산됐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자료 조차 없는 실정이다.
시교육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일본 잔재 청산을 위해 노력한 만큼 학교 현장에는 일본 잔재가 청산됐을 것이란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일본 잔재 청산을 위한 시교육청 차원의 실태조사 등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훈화나 훈시는 교장선생님 말씀으로 순화됐고, 차렷ㆍ경례도 바른자세ㆍ인사로 순화돼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명 변경의 경우 동창회와 학생,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들의 동의가 필요한 시교육청 차원에서 추진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유병로 대전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현재의 획일적인 교육문화는 창의적인 시대로 가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기성세대가 개성을 중시하는 문화를 배척하기 보다 인정하고 이해해야 창의적인 시대로 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성직 기자 noa7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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