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년 황성신문에 연재된 한문소설에 호가 낭사(浪士)인 평양 출신의 선비 김인홍(金仁鴻)이 나오는데, 그가 바로 김선달이다.
김선달은 큰 뜻을 품고 한양에 올라왔지만 변변찮은 문벌과 서북인 차별로 경시 당하자 권세가와 부유한 상인 등을 골탕 먹이며 의식 있는 건달로 그려졌다.
닭을 봉황이라고 속이고 ‘봉이’라는 별칭을 얻은 김선달은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것으로 유명하며, 대동강변의 오리 떼까지 팔아치웠다는 이야기도 있다.
김선달은 주로 기득권자인 양반이나 그들과 결탁하여 큰 돈을 번 부자를 목표로 삼았지만, 무고한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엽전 한 푼 없이 한양으로 가던 도중 일부러 물에 빠진 척한 뒤 자기를 구해준 나그네에게 잃어버린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생떼를 쓰기도 했고, 장님에게 ‘똥’을 팔아 골탕을 먹이기도 했다. 어느 누구라도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존재라면 가까이 다가서며 사기를 쳤다.
그럼에도 봉이 김선달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래도 돈 많은 양반들의 주머니를 턴 일화들이 있어서 유쾌하게 기억된다.
그런데 200년이 훨씬 지난 오늘날, 우리 사회 곳곳에 아주 나쁜 봉이 김선달들이 너무 많이 생겼다.
사람들은 휴가철을 맞아 산과 계곡으로 피서를 가는데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이 평상 돈 받으러 오는 사람이다. 백숙 등을 먹어야 평상에 앉을 수 있는데 가격이 7-9만원까지 한다. 지금 우리나라 전역에 불법 평상 영업이 활개를 치고 있고, 그들은 지금 대목이란다.
어디를 가도 맘 편히 앉을 곳이 없다. 분명히 나라 땅인데 무단 점유를 하고 완력을 행사하며 통행료를 받거나 자릿세를 받는다. 이런 ‘봉이 김선달’ 행위는 개인뿐만 아니라 종교단체도 가세하여 국민의 돈을 강취하고 있는데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바닷가나 갯벌도 마찬가지다. 어촌계 또는 개인들이 줄을 쳐 놓고 못 들어가게 한다. 이해가 가질 않는다. 분명히 나라 재산인 바다인데. 듣기로는 이런 저런 이유로 나라에서 몇차례 보상을 다 받았다고 하는데 또 다시 몇몇이 조합을 만들어 바다에 줄을 치고 관광객들을 못 들어가게 하고 자신들의 소유를 주장한다.
4대강 사업 때 공유수면에 농사를 짓고 보상을 요구하던 행위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법은 있는 건가? 정부와 지자체는 전국에서 매일매일 수도 없이 일어나는 국민의 피혜를 적극적으로 막아줘야 한다. 법이 약하면 정의는 지켜지지 않는다.
국유지인 계곡에서 자리를 판매하는 경우, 하천법과 산지관리법 등의 위반으로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3년 이하의 징역을 받게 된다. 그러나 강제 철거를 당하고 벌금을 맞아도 또 다시 자릿세를 받으면 10배 더 남는 장사라고 하니 근절될 리 없다.
또한 피해자 구제 제도도 없다. 이런 건이 발생하면 민사소송을 하라고 하는데 피해자의 수와 지속성을 고려한다면 업주구속, 재산몰수 등의 보다 강력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
최근 울산 울주군이 40명을 동원해 자릿세 불법 영업을 한 평상 40여개를 철거했다고 한다.
단속업무를 잘 하고 있는 지자체도 있지만 깊은 산과 계곡까지 행정력이 미치지 못해 지속적인 피해를 보는 지역이 적지 않다.
피서철을 노려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악덕 업주들은 지역의 이미지도 훼손시킨다. 여가증대와 레저스포츠 활성화 등으로 야외를 찾는 국민이 증가했다. 지자체도 지자체지만 악덕 업주들의 횡포에 동영상 촬영 등의 증거 확보와 함께 국민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 구창민 기자 kcm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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