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 시민단체에 이어 정치권 비판에도
결국… 박 본부장, “물러날 생각이 없다, 황우석 사태 사과한다”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에 연루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대덕연구개발특구를 비롯해 과학기술계의 우려와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다.
박 본부장은 10일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에서 “최근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과 관련해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많은 분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를 세계적 수준의 과학기술을 가진 나라로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고, 이를 실현하고자 본부장을 자임했다”며 “일할 기회를 주신다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일로써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자진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박 본부장은 11년만에 황우석 사태와 관련해 사과하기도 했다.
그는 “황우석 박사 사건은 온국민에게 실망과 충격을 줬고, 과학기술인에게는 좌절을 느끼게 한 사건”이었다며 “청와대에서 과학기술을 총괄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이 자리를 빌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임명된 박 본부장은 그간 전국공공연구노조, 건강과대안, 보건의료단체연합, 서울생명윤리포럼, 시민과학센터, 한국생명윤리학회, 환경운동연합 등 과학기술인단체와 시민단체로부터 자진 사퇴 압박을 받았다.
황우석 사태의 핵심 인물인 박 본부장이 20조에 이르는 국가 R&D 예산을 관리하는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을 맡는 게 부적절하다는 이유였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부 등 정치권에서도 부적격 여론이 나왔지만, 박 본부장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과학계는 박 본부장 입장표명에 분노하고 있다.
대덕특구 출연연 관계자는 “하필 20조원 이상의 R&D 예산을 쥐락펴락하는 주요 인사자리에 박 본부장을 올린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박 본부장이 11년 전 청와대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재직할 때 당시 과학계 정치적 줄서기가 만연했는데, 이런 일이 또 반복될 게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정부가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과학계 한 원로는 “과학기술계를 무시하는 처사다”라면서 “개인적으로 박 본부장은 적폐의 대표 인물이며, 본인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정부가 임명을 철회하는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대학 자연과학대 교수는 “과학기술계의 중요성을 알지도 못하는 정부랑 인사가 앞으로 과학기술계를 어떻게 이끌지 안 봐도 뻔하다”면서 “애초에 박 본부장을 이 자리에 임명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 본부장은 2005년 말∼2006년 초 황우석 논문조작 사태를 계기로 논문 내용에 기여한 바 없이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황 전 교수로부터 연구비 2억5000만원을 지원받은 사실 등이 드러났지만, 처벌이나 징계는 받지 않고 순천대에 복직했다. 최소망 기자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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