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월 용역 아직 미발주, 지자체만 과열 양상
대전시, 대전만의 당위성 높이기 위한 지혜 모색해야
잠잠했던 충청권 지자체 간 갈등이 국립철도박물관 문제로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대전과 세종, 충북이 물밑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충남도에서도 경쟁에 가세하려는 움직임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어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립철도박물관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는 11곳에 달한다.
충청권만해도 대전과 세종, 충북이 포함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충남 천안이 최근 경쟁에 뛰어들었다.
전종한 천안시의회 의장은 지난달 13일 천안을 찾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국립철도박물관을 천안에 설립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전 의장은 천안역 신축을 통한 도시재생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국립철도박물관 유치를 요구했다. 그는 원도심 공동화가 철도교통이 고속철도 중심으로 변화한데 따른 것인 만큼, 정부도 일부분 책임져야한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이는 국립철도박물관이 1000억원대 대규모 프로젝트여서 건립 공사만으로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체험·관광 자원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치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지자체 간 경쟁 구도는 갈수록 첨예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달 12일 지역을 찾은 추미애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게 국립철도박물관 대전 건립을 건의했다. 시는 철도교통의 요충지이자 철도와 관계된 기관 및 문화유산이 풍부한 지역이라는 이유를 댔다.
충북에선 청주시민들을 중심으로 오송역 주위에 경부·호남 고속철도의 분기역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국립철도박물관 청주 유치를 희망하는 현수막이 새롭게 게첩됐다고 한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 경쟁 과열을 이유로 입지 선정에서 공모 방식을 배제하겠다고 발표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 최종 입지를 선정하겠다고 했다.
이에 지난해 말 국립철도박물관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입지선정 절차에 대한 계획을 내놓았다.
이 계획은 1차로 접근성과 연계성을 평가하는 용역을 실시하고, 선정위원회가 경제성과 정책적 판단을 내려 최종 후보지를 선정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당초 올 2월에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던 용역은 아직까지 미발주된 상태다. 그럼에도 지자체들의 경쟁은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모양새다.
특히, 다른 권역보다 충청권 간 경쟁이 너무나 치열해 제2의 호남선 KTX 서대전역 경유 갈등사태나 KTX세종역 신설을 둘러싼 갈등이 재촉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황인호 대전시의회 국립철도박물관유치특위위원장은 “박근혜 전 정부가 입지 선정을 미루면서 지금의 상황까지 이어져왔다”며 “정부는 확실한 입지 기준을 마련해줘야 한다. 대전시도 대전 유치의 당위성을 높여서 다른 지역이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하는 지혜를 발휘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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