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에 예·적금 금리 낮아졌기 때문
#1. 주부 최 모(34·대전 서구 괴정동) 씨는 최근 집에 있는 동전을 모아 예금통장에 넣었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지자 한 푼이라도 늘리기 위해서다. 최 씨는 “집에 굴러다니던 동전을 하나둘씩 모았더니 예상보다 많은 금액이 나왔다”며 “남편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천정부지기수로 올라 집안의 동전을 최대한 모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 직장인 박 모(41·중구 중촌동) 씨는 일주일 전 오랜 시간 모아둔 저금통을 깼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번갈아 사용하고 있어 현금을 쓸 일이 없지만, 생활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서다. 그의 저금통엔 10·50·100·500원 동전이 한가득 나왔다. 주 거래은행에 방문해 동전교환기로 금액을 책정하고 나니 총 12만 8510원이 나왔다. 박 씨는 “조금이라도 돈을 아껴보고자 동전을 들고 은행에 찾았다”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집안에 있던 동전을 긁어모으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대 저금리인 연 1.25%로 지속적으로 동결하면서 예·적금 금리가 곤두박질쳐 잠자는 동전에 눈길을 돌리는 이들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동전 환수율은 전월보다 증가했다.
화종별로 살펴보면 500원은 6월 27억 8000만원 발행돼 18억 1000만원이 되돌아왔다. 31억 4000만원이 발행됐지만, 환수액이 9억 8000만원이었던 5월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100원도 5월엔 12억 8000만원이 발행돼 11억 5000만원이 환수됐지만, 6월은 9억 9000만원 발행돼 18억 1000만원이 다시 은행으로 들어갔다. 찍어낸 동전보다 돌아온 동전이 2배가량 많은 수치다.
50원도 5월과 6월 각 6000만원 발행됐지만 5월엔 9000만원이 들어온 데 반해 6월은 1억 3000만원으로 급증했다.
10원도 마찬가지다.
5월 1억이 발행돼 3000만원만 돌아온 반면, 6월은 8000만원 발행해 90%인 7000만원이 되돌아왔다. 동전 환수율이 급증하는 데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6월 9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내리자 각 은행이 앞다퉈 예·적금 금리를 내렸다. 전국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시중은행 예금금리를 보면 1년 기준 1.10%~1.70%로 적다. 1년 동안 은행에 돈을 맡겨도 실제로 손에 쥐어지는 금액이 적다. 여기에 이자수익에 세금을 빼고 나면 금액은 더 낮아진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수중에 현금을 확보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동전 환수율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다면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고자 저금통과 책상 서랍 등에서 잠든 동전에 눈길을 돌리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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