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도 타 버려 무슨 점포인지 알 수 없어
천장까지 다 타버린 상점도
“세상에, 세상에, 무슨 일이래. 다 타버렸으니”
화재로 검게 탄 대전 동구 중앙시장의 점포들을 보면서 주변 상인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9일 오전 3시 53분께 대전시 동구 중앙시장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소방본부에 들어왔다.
화재가 발생하면서 상인회에서 “불이 났다”는 연락을 상인들에게 급히 돌렸고, 이 전화를 받고 상인들은 빗속을 뚫고 새벽에 급히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불은 출동한 119 소방대원들에 의해 2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은 참혹했다.
입구 주변의 점포부터 공중화장실 옆 점포까지 13개 점포가 불에 타면서다.
오전 10시 화재 현장 근처에는 소방차 2대로 소방관들이 조금씩 남아있는 잔 열기를 정리하고 있었다. 진화된 지 6시간이 넘게 지났지만, 천장에선 연기가 여전히 새어나왔다. 가까이 다가서자 매캐한 냄새가 났고 눈이 아파졌다.
외부에서 보이는 점포들은 불에 타다가 만 흔적이 역력했다. 주방 물품을 파는 점포였는지 냄비와 집기 등 타다 말았다. 또 모두 타버려 덩어리만 보이는 물체들도 상당했다. 2층은 먼저 다 타버렸는지 무너져 내린 듯 보였다.
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자 화재 피해는 심각했다.
안쪽 점포들은 타지 않는 물건들만 빼고는 모두 타 재가 되어 있었다. 3~4점포는 간판조차 모두 타버려 어떤 점포였는지 알 수도 없었다.
가장 안쪽 공중화장실 옆에 있는 점포는 타다 남은 유리창과 수족관 어항 구조물을 보고 횟집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이 점포 앞쪽에는 천장에 붙어 있던 화재 감식기도 나뒹굴었다.
한 건물에 수 개의 점포들이 입점해 있는데다 건물들이 바짝 붙어 있어서 불이 쉽게 번진 것으로 보였다.
경찰의 경찰 통제선이 쳐져 있어 안쪽 깊숙이 볼 수는 없었지만, 지붕이 모두 불에 타버려 천장이 뚫려 있는 건물도 목격됐다.
주변 상인들은 불에 탄 현장으로 보고 함께 답답한 마음을 토해냈다.
옆에서 순대를 파는 A씨는 “불에 탈 만한 것도 별로 없는데 이렇게 다 타버렸으니 장사를 어떻게 하느냐”며 “우리 집이 탄 것도 아닌데 마음이 더 짠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상인은 B씨는 “요즘 경기도 안 좋아 장사도 잘 안 되는데 불까지 났으니 한숨만 나온다”며 “이 불로 한동안 또 장사가 안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이 날 화재가 발생하면서 소방당국은 소방공무원 80명, 의소대원 30명, 기타 15명 모두 125명을 투입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10일 오전 합동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원인과 재산 피해 현황을 조사할 예정이다. 구창민 기자 kcm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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