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3ㆍ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국가적인 준비 없어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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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3ㆍ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국가적인 준비 없어 아쉬워”

  • 승인 2017-08-08 17:00
  • 신문게재 2017-08-09 11면
  • 정성직 기자정성직 기자
[중도초대석]김능진 광복회 이사

독립운동정신은 우리나라 좌우파가 모두 좋아하고 따르는 유일한 자산

좌우, 보수와 진보 등 간극 좁혀야


김능진 광복회 이사를 말할 때는 그의 집안을 먼저 말하지 않을 수 없다.



1919년 3·1운동 당시 경북 안동에서 만세시위를 주도해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된 김병우 선생이 바로 김 이사의 할아버지다. 고모부는 천도교 대표로, 그리고 삼촌 역시 3.1운동을 주도해 옥고를 치러 독립유공자로 지정됐다.

광복이 될 때까지 집안이 창씨개명을 안 해 형님은 학교를 못가기도 했다.

김 이사 역시 지난 2011년 9대 독립기념관장으로 재직하면서 첫 독도교육 전문기관인 ‘독도학교’ 를 개교하고 해외 항일운동 역사체험교육에도 나서는 등 독립운동과는 뗄레야 뗄수 없는 행보를 걸었다.

지금은 광복회 이사로 지난 정권 내내 논란이 됐던 국정역사교과서 문제와 건국절 등 여러 현안에 쓴소리를 내고 있다. 또 100주년을 앞두고 있는 3ㆍ1운동 역사 강연에도 나서고 있다.

그럼 김 이사이기에 국가 차원의 3ㆍ1운동 기념사업 준비가 없다는 것은 아쉽다.

광복 72주년을 앞두고 김능진 광복회 이사를 만나 광복의 역사적 의미와 우리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좌우이념의 간극의 좁히기 위한 해법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다음 주면 제72주년 광복절이다. 여전히 일각에서는 건국절 법제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왜 이런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보는가.

▲우리의 현대사는 일본제국주의와 싸우고, 그 싸움이 제대로 끝나지도 못한 상황에서 또 공산주의의 침략에도 맞서야 했다. 그리고 또 산업화와 민주화를 위한 대단한 싸움도 있었다. 그런 엄청난 역사의 굴곡들이 펴기 힘든 주름들을 우리 역사에 남겨 놓았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생겨났다.

국정역사교과서 논란도 마찬가지다. 정치적인 목적이 가장 컸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는지, 대한민국이 수립됐는지 하는 문제다. 이 역시 건국절과 관련된 의견의 차이다.

친일가문의 후손, 일부 극우정치인, 정치지향적인 우파 지식인들이 세를 만들어 이러한 주장을 내세우고 법제화까지 시도함으로써 국가적으로는 전혀 필요없는 평지풍파를 만들었다.

유감스럽게도 이 싸움은 아직도 끝난 것이 아니다. 당분간은 잠잠하겠지만 그 세력들이 정권을 다시 잡는다면 다시 시작할 것이다.



-친일청산이 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는가.

▲공산주의의 침략이 없었다면 우리도 제대로 친일청산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산주의자들과 싸우기 위해서 친일파들의 힘을 빌리는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이승만 정권에서도 친일파들이 활개를 치고, 일제에 탄압받던 독립운동가들은 독립된 대한민국에서 또 다시 죄인처럼 웅크리고 살아야 했던 어처구니없는 역사가 있었다.

또 독립운동가들은 제대로 가족을 돌보지 못했다. 당연히 자녀교육에 신경쓰지 못했고, 친일파들은 돈이 있고 권세가 있었으니 자녀교육에 많은 투자를 했다. 그러니 같은 기준으로 평가를 한다면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사회적으로 대접받을 자리에 등용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국가가 지금까지 애국지사들에게 해줬던 예우나 처우에 대해 다소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런점에서 얼마전 국가보훈처가 장관급으로 격상되면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물론 아직도 불평의 요소는 매우 많다. 도움이 필요한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최저생활은 할 수 있도록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새정부가 독립운동정신의 고양을 위해 전 정권 보다는 좀 더 신경을 써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직까지는 아무런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광복회가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매년 삼일절과 광복절 행사는 대통령과 함께 광복회장이 기념식을 주관해 왔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은 건국절 관련 논쟁이 나라를 뒤흔들어서 광복회가 전체적으로 그에 맞서 싸우는데 많은 노력을 쏟아왔다.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하고 일본제국주의 압제 하에서도 우리나라에 경제발전이 있었다는 주장을 하면서 독립정신을 훼손하려는 사람들이 정권의 주요포스트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광복회는 투쟁할 수 밖에 없었다.



-독립기념관장으로도 재직했는데 재직기간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무엇인가.

▲건국절 세력에 맞서서 독립기념관의 건립 목적, 건립정신을 지키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이었다. 기념관 직원들과 힘을 합해 대한민국이 독립운동을 통해 독립된 나라가 아니라는 세력들로부터 독립기념관을 지켜냈다고 자부한다. 퇴임 때 어떤 독립기념관 직원이 나에게 독립기념관의 독립을 지킨 관장이라는 칭찬을 해 주었는데 그것이 가장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평가였다.

일본 아베정권의 지속적인 망언과 역사왜곡에 맞서기 위해 독립기념관 내에 독도학교를 만든 일도 보람있는 일이었다.



-새정부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지난 정권에서 독립운동 관련 사업들이 홀대받고 잘못 처리된 사례들이 많았다.

또 2019년이면 3ㆍ1운동 100주년을 맞게 되는데 지금까지 정부 차원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5년 전 95주년때 독립기념관 관장으로서 5년간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해 독립기념관은 자체적으로 10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적으로는 준비가 하나도 안 됐다. 독립기념관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3ㆍ1운동이 우리 민족 역사에서 갖는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전체 민족에게 큰 죄를 짓는 것과 같다. 새정부는 3ㆍ1운동 100주년을 의미있게 보내는 일을 가장 중요한 일로 생각하고 이 역사적 시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지금 이 나라는 보수와 진보, 좌와 우의 골이 너무 깊다. 깊게 파인 골을 메꾸지 않으면 하나의 대한민국이 되기 힘들다. 앞으로는 이런 과제를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한다. 우리나라 국론분열의 근본 뿌리에 친일문제가 있다. 그래서 이 문제를 가능한 한 치유하는데 애를 써보고 싶다. 우리 독립운동가족들이 피해자이니까 가능한 한 용서해주는 입장에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해방이 된지도 70년이 지났다. 친일의 구분에도 새로운 기준 같은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노력의 출발점으로 창씨개명 문제 등을 다시 생각해고자 한다.

독립운동정신은 우리나라 좌우파가 모두 좋아하고 따르는 유일한 자산이다. 그래서 독립운동정신으로 우리가 뭉치면 또 한번의 도약을 기약할 수 있다고 본다.

대담=오희룡 교육문화부장, 정리=정성직ㆍ사진=이성희 기자



◇김능진 광복회 이사는?

-1949년 대구 출생

-경북고 졸. 연세대 화학공학과(학사), 서울대 경영학(석사), 서울대 경영학(박사).

-주요경력:영남이공대 조교수(공업경영과), 충남대 경상대 경양학부 교수, 미국위스콘신대학(Madison)에서 연구(Honorary Fellow), 서울대 대학원 및 경영대학 강사, 충남대 경상대학장 겸 경영대학원장, 일본 나고야대학 국제경제동태연구센터 객원연구원(교수), 충남대 평생교육원장, 기획정보처장, 제9대 독립기념관장,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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