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선병원 감염내과 김광민 과장 |
“피부 노출 최소화해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
최근 야생 진드기 감염병으로 국내 처음으로 20대 사망자가 나온 가운데, 올 들어 야생 진드기 감염병으로 숨진 사람이 19명으로 늘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사망자 수와 같다.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가을철엔 진드기 감염 위험이 높아져 사망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진드기를 매개로 한 질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살인 진드기병’이라고 불리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이하 SFTS)과 쯔쯔가무시증이 악명이 높다. SFTS와 쯔쯔가무시증에 대해 대전선병원 감염내과 김광민 과장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야외활동 후 원인 미상의 고열, 전신통증은 의심해봐야 =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최근에 밝혀진 질환이다. ‘살인 진드기병’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질환은 2011년 중국에서 처음 바이러스를 발견했으며, 현재까지 중국과 우리나라, 일본에만 보고되고 있다.
이 질환은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며, 감염자의 혈액 및 체액 접촉으로도 걸릴 수 있다. 처음 중국에서 발견됐을 때 사망률이 무려 30% 가까이 나온다는 보고가 있어, 살인 진드기라는 병명으로 이슈가 됐지만 이후 조사에서는 6% 정도 나오고 있다.
이 질환은 봄에서 여름에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2016년에는 가을철에 많은 환자가 발생했고, 올해는 이전보다 많은 환자 수가 보고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잠복기는 6일에서 14일로 알려져 있다. 주로 고열과 전신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한다. 이런 증상들은 흔히 몸살감기로 오인해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 또한 2013년 질병관리본부의 자료에 의하면 SFTS에 걸린 환자 중 진드기에 물린 것을 인지하는 경우는 절반도 되지 않아 의사가 진단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따라서 원인미상의 고열과 2주 내 야산이나 밭에서 야외활동을 한 적이 있다면 반드시 의심을 해봐야 한다.
SFTS는 아직 예방 백신이나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없다. 그래서 환자가 발생하면 대증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한다. 가령 혈소판이 부족하면 혈소판 수혈을 받게 되고, 신기능이 악화되면 신대체요법을 받는다. SFTS에 걸리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다.
▲쯔쯔가무시증, 발열과 물진 자국에 딱지 생기면 의심 = ‘진드기병’이라고 하는 쯔쯔가무시증은 높은 발생건수를 보인다. 2016년에 1만1105명이 발생했고, 이 중 11명이 사망했다. 발생건수는 매년 증가추세다.
쯔쯔가무시는 털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는 질환이다. 털진드기에 물렸다고 모두 발생하진 않고 쯔쯔가무시균에 감염된 털진드기가 사람을 물 때 이 균이 우리 몸으로 전파돼 발병한다. 여타 진드기와 다르게 이 진드기는 우리 몸의 체액을 녹여 먹기 때문에 특징적인 물린 자국이 나타난다. 발열이 있으면서 가피(딱지)가 몸에 생겼다면 쯔쯔가무시를 의심해봐야 한다.
잠복기는 약 6~21일 정도이며 대개는 10~12일 후쯤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대체로 발열, 두통, 오한, 발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사실 증상만으로는 SFTS 질환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 다만 가피가 있다면 쯔쯔가무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된다.
쯔쯔가무시증은 독시싸이클린이라는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대개 2일 내에 증상이 호전된다. 하지만 치료가 늦어지거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인 환자의 경우에는 급성호흡곤란증후군, 급성신부전, 패혈성 쇼크, 중추신경계 합병증 등에 의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피부 노출 최소화해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 = SFTS도 쯔쯔가무시도 예방백신이 없다. 그래서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일단 등산이나 야외활동시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긴팔, 긴 바지, 양말 등을 착용하고, 벌레기피제를 뿌려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풀밭 위에 눕거나 앉아 있는 것은 좋지 않으며, 야외활동 후에는 샤워나 목욕을 해 피부에 남아있을 수 있는 진드기를 제거해야 한다. 바깥에서 입었던 옷은 모두 세탁해야 하고, 풀밭에 앉을 때 사용했던 돗자리는 세척 후 햇볕에 말려야 한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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