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주일 68시간서 52시간으로 단축 논의에
빈자리 걱정, 채용 가능할까 한숨 섞인 목소리
대전지역 중소기업계가 근로시간 단축을 놓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경영사정은 물론 인력확보가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근로시간 단축의 핵심은 현재 일주일에 최대 68시간인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다. 기본 근로시간은 평일(5일) 하루 8시간씩 40시간이고, 추가 근로는 12시간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최대 27만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생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정작 중소기업 업계는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결과,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근로자는 근로시간 적용 규정 근로자의 15.8%(131만 4000여명) 수준이다. 이 중 64만7000명은 휴일에도 일하고 있다.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로하면서 휴일근로를 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는 76.8%에 달했다.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휴일근로를 포함한 초과근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근로시간이 줄면 그만큼 새로운 일자리를 뽑아내야 하는데,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인력 확보가 문제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본부가 최근 지역 중소기업 263곳을 대상으로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 인력확보가 29.7%로 가장 많았다. 인건비 상승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응답(43.3%)은 더 많았다.
근무시간 단축으로 일자리가 늘더라도 직원을 채용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역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안 그래도 내년부터 7530원으로 최저임금이 오르는데, 여기에다 근로시간마저 단축된다면 현재의 인원을 줄이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 같다”며 “일자리를 늘리자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부분도 반영했으면 한다”고 했다.
중소기업계가 300인 이하는 2019년까지 적용하더라도 100~299명(2020년), 50~99명(2022년), 20~49명(2023년), 20인 미만(2024년) 등 규모별 단계적 적용을 촉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노동계에선 현행 근로기준법이 정한 노동시간이 주당 최대 52시간인 만큼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중소기업 노조 관계자는 “근무시간이 줄면 야근이나 휴일근무 등을 하면 받았던 각종 수당도 없어질 수 있다”며 “대기업에 비해 임금이 낮은 우리 같은 사람들은 자칫 생계를 걱정할 정도로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의 한 중소기업 부대표는 “한 번에 많은 시간을 줄이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면서 기업은 물론 근로자들도 대비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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