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전세가에 매매가마저 낮아지는 등 무주택자 및 이주희망자 부담 줄어들 듯
#1 세종에서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주부 A(34)씨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을로 행복도시 내 아파트 가격이 다소 하락조짐을 보이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형편으로는 분양을 받지 못하면 매매로는 내집 마련을 꿈도 꾸지 못하는데, 아파트 프리미엄이 낮아진다는 소식이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2 유성의 한 IT업체 직원 B(40)씨는 세종 아파트 가격 변화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직원의 상당수가 세종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청약마다 실패를 보는 그이지만 분양권 프리미엄이 낮아진다는 소식에 직접 매입에 나설 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장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정부가 세종지역에 대한 초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적용한 가운데 세종이주 희망자들이 주택 가격의 하락세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1년전 대비 1~2억원에 달하는 호가가 나타났던 행복도시 내 아파트 가격이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2부동산대책으로 세종시 내 행복도시가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구로 지정됐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이 커질 뿐더러 대출 규제 또한 확대되는 만큼 이미 다주택자 중심으로 시장에 매물을 내놓는 등 변화가 예고됐다.
여기에 국세청까지 나서며 투기가 의심되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설 채비를 꾸리고 있다. 현재까지는 세무조사 대상이나 규모를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세종 역시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구로 묶인 만큼 벗어날 수 없다는 게 세무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이렇다보니 세종지역 주택 프리미엄이 줄줄이 하락세를 보이는 실정이다.
10월 입주 예정인 소담동 59㎡ 아파트는 프리미엄이 6000만원 가량 떨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또 다정동의 84㎡ 아파트와 75㎡ 아파트도 프리미엄이 각각 5000만원, 3000만원씩 떨어진 상태에서 매물로 나왔다.
과도하게 불붙은 세종 부동산 시장이 이번 정부의 부동산대책으로 조정되고 있는 추세여서 무주택자들에게는 내집 마련을 하는 데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정부의 규제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들은 세종지역 아파트가격에 붙었던 거품이 사라지는 시기를 노려보는 눈치다.
대전에 거주하는 한 세종이주희망자는 “아직도 프리미엄이 높게 붙어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세무조사 이후 부동산 투자에 대한 과열현상이 사라질 때쯤 세종 주택 마련을 고민해볼 생각”이라며 “사실 분양가 역시 서민들에게는 내집 마련의 문턱으로 작용하는 만큼 분양가 조정 등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부동산사무소는 오히려 정부의 고강도 대책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그동안 매물을 내놓지 않아 중개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터여서 이번 대책으로 수수료 수익이 다소 줄어들겠지만 거래가 활발해지는 게 낫다는 얘기다.
세종의 한 공인중개사는 “세종지역 부동산시장이 어느 정도는 위축될 수 있지만 묵혀놨던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이를 매입할 사람은 생기기 마련”이라며 “정부의 대책으로 거래가 더 잦아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세종=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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