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는 지역의 전설을 믿고 기다리는 주인공 어니스트는 그 자신이 노인이 돼 가며 스스로 인자하면서도 고결한 얼굴로 변해간다. 결국 그가 바로 그토록 기다려왔던 큰바위얼굴이 자신이다.
이주자들의 도시가 돼 가는 세종은 어느새 행정수도가 될 도시, 특화도시, 교육의 도시, 정치의 도시, 스마트 도시, 녹색도시 등 다양한 가치를 국민들에게 건네고 있다.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 용의 형상으로 세종의 한복판에 누워있는 정부세종청사, 호수와 어울려 중부권 대표호수공원으로 자리매김한 세종호수공원이 세종의 현모습이다.
최근들어 세종의 인구가 27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얼마전 세종시민이 된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부 고위직 인사들 역시 세종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향후 개헌을 통해 행정수도가 되고 국회 분원이 세종시에 자리를 잡게 되면 유력한 정치인사들 역시 세종시민이 돼 행정수도를 이끌어갈 수장을 자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론 대선주자가 거쳐야 할 곳이라는 얘기까지 나돈다.
세종시민들 역시 그러한 인물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연기군 시절에서 행정수도로 거듭나고 있는 마당에 이젠 수도를 이끌어갈 거목(巨木)이 나타나길 내심 기대하리라 본다.
하지만 진심을 다해 자신의 생각을 보여주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킨 소설 속 어니스트를 연상시키는 세종의 인물을 선뜻 지명하기가 쉽지 않다.
어니스트처럼 인자하고 고결한 인상을 얼굴에 가득히 담기엔 내년까지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일까.
세종시민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지만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둔, 의도가 분명한 배려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일부 시민들이 지목한 인사들 스스로도 자신이 어쩌면 큰바위 얼굴은 아닐까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최근들어 자신이 큰바위 얼굴이라고 자처하는 인사들도 늘고 있다.
선거가 곧 큰바위 얼굴을 결정짓는 일은 아닐테지만 이를 ‘완성’이라고 못박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어쩌면 세종시민들이 원하는 큰바위 얼굴이 내년에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동안 세종에 들어선 인물들을 끈기를 갖고 지켜봐왔던, 세종시민 중의 한 명이 아닐까 싶다. 그때까지 다함께 기다려보는 건 어떨까. 어니스트처럼.
세종=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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