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행복도시건설 특별법 개정안 국회 입법 발의 이후 행복도시건설청과 세종시는 14개 자치사무 이관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
이후 이원재 신임 행복청장이 취임하면서 협의의 물꼬를 텄다. 이춘희 시장과 이원재 청장간의 오랜 인연이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목표를 앞두고 두 기관간의 협업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이원재 청장은 자치사무 이전에 대한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다만, 기능 이관의 부작용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놓치지 않고 사무별 기능의 개별 검토에 나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춘희 시장 역시 자치사무 이관에 대해 절충안을 함께 찾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행정 후배인 이원재 청장의 입장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중 행복청은 자체적인 자치사무 기능에 대한 장단점을 살피는 등 대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기엔 시기적으로 빠듯하다는 지적이다.
9월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이 검토될 전망이어서 절충안을 협의해야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셈이다.
중앙정부의 업무를 지방정부로 이관하는 중차대한 과정에서 자칫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순간을 맞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치사무를 이관하게 되면 업무는 이관되지만 인력까지 고스란히 세종시로 이동시키기엔 제한이 따른다.
단순히 행복청은 업무를 넘기면 되지만 세종시는 새로운 업무 기능을 기존 인력과 연계해 정상적으로 추진하기에도 상당한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업무 부담 증가에 대해 세종시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행정서비스의 질적인 하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지역의 시민사회에서도 자치사무 이관이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라면 급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렇다보니 그동안 행복도시 건설에 시민들의 참여가 원활했던 만큼 자치사무 이관에 대해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는 얘기가 확산되고 있다.
한 행복도시 거주민은 “행정수도를 건설하고 가치가 높은 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행복청과 세종시가 시민들의 의견을 그동안에도 적극적으로 반영해왔다”며 “자치사무를 중앙정부로부터 이관한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치사무를 이어받기에 앞서 도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개발을 연계해나갈 준비가 됐는 지를 살피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세종으로 이전한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는 “지방 정부로 업무를 이관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 속에 포함되지만, 졸속 추진은 그만큼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며 “향후 시민들에게 돌아갈 세종시의 미래를 위해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자세를 보여야 저절로 시민들의 신뢰가 뒤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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