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는 들을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좁은 골목길이어서 아이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아이들의 대화는 충격적이었다. ‘앙 기모띠’, ‘빼박캔트’처럼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부터 ‘니애미’, ‘응 느금마’처럼 부모에 대한 욕까지 다양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앙 기모띠’는 기분이 좋을 때 쓰는 감탄사였고 ‘빼박캔트’는 빼도 박도 못한다(can’t)를 합친 합성어로 모두 신조어였다.
부모 욕이나 신조어를 쓰며 대화를 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천진난만했다. 서로 장난을 치는 듯한 모습이었고 자신들이 하는 말들이 제대로 알고 쓰는 것 같지 않았다.
궁금했다.
아이에게 “안녕. 재미있는 말들을 쓰네. 어디서 배웠니?”라고 물었다.
삐죽거리던 아이들 중 한명이 “유튜브나 아프리카(인터넷 방송)에서요. 거의 BJ(방송인)들이 유행어를 쓰기 시작하면 대부분 따라 써요”라고 대답했다.
인터넷 방송의 자극적 콘텐츠들이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에서는 인터넷 방송에서 나오는 욕들과 자극적인 행동들이 난무한다. 인터넷 방송은 워낙 콘텐츠가 많다보니 비춰지는 불법적이거나 비도덕적인 행위가 찍힌 영상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지하철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유튜브에 게재돼 사회적인 논란이 일었다.
이 BJ는 가스 버너와 함께 냄비와 라면을 가지고 들어간다. 그린고는 달리는 지하철 안 바닥에 누워 라면을 끓여 먹는다. 지하철에 인화성 물질을 들고 가서 사용하는 것은 위법 행위다. 그가 자극적인 방송으로 시청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동영상은 클릭 건수가 수십만 건에 육박했다.
이 외에도 유튜브에는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영상들이 많이 존재한다.
욕하면서 폭력을 가하거나 가위로 눈을 파는 등 차마 똑바로 보기 힘든 잔혹한 영상들도 수두룩하다.
방송통신심의의원회 심의 결과 2014년 416건이던 폭력적이거나 잔혹한 인터넷 콘텐츠는 2016년 1606건으로, 2년 사이 4배 가량 증가했다.
아직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배울 나이인 초등학생 시기, 변별력이 부족한 어린 나이에 그릇된 콘텐츠들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는 점은 큰 문제로 지적된다.
더 큰 문제는 폭력물의 경우 별다른 규제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성인물과 달리 잔혹한 콘텐츠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방통위가 삭제를 권고할 뿐 강제할 수는 없다.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가 해외 사업자라 국내법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인터넷 방송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순수한 재미를 추구하거나 유익한 내용의 영상도 많아서다.
때문에 이제는 아이들 사이에서 왜 이러한 자극적인 동영상이 인기를 얻는지 제대로 진단을 해야할 시기다. 구창민 기자 kcm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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