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와 높은 한도, 낮은 신용도로 고객 유치 폭발적
예대마진 적고 신용문턱 낮아 수익성 악화될 우려 있어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대출이 빠른 속도로 느는 가운데 몰리는 대출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영업 개시 4일째인 카카오뱅크는 30일 오후 3시까지 대출 잔액이 2260억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케이뱅크가 기록한 410억원보다 5.5배나 빠른 수치다.
카카오뱅크가 4일 만에 돌파한 대출액 2000억원은 케이뱅크가 한 달이나 지나서 달성한 금액이다.
카카오뱅크의 ‘마이너스통장 대출’과 일반 신용대출 상품은 최저 연 2.86% 금리로 최대 1억5000만 원을 빌려준다. 시중은행 평균 대출금리인 연 4%대 중반에 비교하면 매력적인 수치다. 케이뱅크가 지난달 판매를 중단한 직장인 대출 상품은 연 2.73%였다.
상환 능력이 낮은 7~8등급 저신용자에게도 카카오뱅크는 3.35%금리(300만 원 한도)로 대출을 해준다.
시중은행들도 사잇돌대출 등 중금리대출 상품을 출시해 신용도가 낮은 고객에게 대출을 해주고 있지만, 4~6등급인 중신용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에게도 연 6~10대 금리를 받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대출액이 빠르게 증가하자 일각에서는 자본확충이 이뤄지지 않아 케이뱅크와 같은 대출 중단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뱅크는 대출 상품(직장인K신용) 판매가 급증하자 BIS비율 하락을 우려해 지난달부터 이 상품 대출을 중단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의 자본금(3000억원)은 케이뱅크(25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와 마찬가지로 산업자본인 KT(8%)와 카카오(10%)가 은산분리 규제로 각 은행의 지분을 10% 이상(의결권 지분 4%) 소유할 수 없다. 추후 카카오의 지분 확대 제한이 증자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증자에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케이뱅크와는 달리 최대주주가 금융주력자인 한국투자금융지주(58% 지분)인 만큼 은산분리 규제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은산분리 규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시중은행과의 장기전이 어렵다는 해석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법안 통과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증자는 카카오뱅크에게도 분명히 부담이다”라며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조건부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대마진이 적은데다 상환능력이 낮은 저신용자에게도 대출을 해주고 있어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저신용자들에게 소액대출까지 해주는 것은 은행 고객뿐만 아니라 대부업체나 캐피탈, 저축은행 고객까지 유치하겠다는 생각”이라며 “온라인 상으로만 대출심사가 이뤄지고 있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데 추후 리스크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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