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들, 자동차보험료 일제히 인하…정부 코드 맞추기
정부, 실손보험 인하 의지 강해…보험사들, 비급여 관행부터 바로잡아야
손해보험사들이 과연 실손보험료를 인하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동부화재, 현대해상, 삼성화재, K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잇따라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다. 올해 초만 해도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하에 난색을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압박이 이어지자 결국 보험료 인하를 실시했다.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내린 이유는 고객 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을 나타내는 손해율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빅4 보험사들 모두 적정 손해율 77~78%를 유지하며 손해율에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일각에선 손보사들이 서민금융지원을 강조하는 문 정부의 코드 맞추기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달 발표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건강보험 보장 강화 방안이 포함되자 손보사들이 다급해졌다. 실손보험료 인하 압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자동차보험료 인하로 정부 기조 맞춘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에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크게 높아진다”면서 “이 시기 손해산정을 끝낸 10월쯤에 보험료 조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앞당긴 것으로 봐서는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제 관심은 실손보험료 인하에 집중되고 있다. 정부와 손보사들 간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앞서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와 함께 협의해 올 하반기 실손의료보험 인하 유도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협의체를 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임명이 얼마 전에 끝난 만큼 정책협의체를 거쳐 실제 민간보험사에 적용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건강보험의 비급여를 급여로 바꿔 보장성을 늘리면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부담이 감소하는데 그 감소한 만큼을 민간의료보험 즉, 실손의료보험 보험료에서 인하해주라는 주장이다.
보험업계는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보험사들이 크게 반발을 할 이유가 없지만 앞으로 의료업계가 비급여 항목을 새로 만들어내면 높아지는 손해율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견해다. 이에 업계는 정부가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인하 정책을 내놓기에 앞서 의료업계의 비급여 관행,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폐단을 통제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달라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비급여항목 표준화’건으로 갈등을 빚고 있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실손보험료 조정이 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인다면 손보사들이 결국 백기를 들 수 밖에 없지만, 피해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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