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건강보험에 덜 준 정부지원금이 1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건강보험에 정부가 줘야 할 법정지원액은 68조6372억원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지원한 금액은 53조9003억원에 그쳤다. 14조7369억원은 지원하지 않았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2007년부터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건강보험에 지원해야 한다.
이 중 14%는 일반회계(국고)에서, 6%는 담뱃세(담배부담금)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조달한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까지 이런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정부는 그동안 보험료 예상수입액을 매년 적게 산정하는 방법으로 일방적으로 지원규모를 줄였다.
매년 예산편성 때 건강보험 지원규모를 추계하면서 보험료 예상수입액을 산정하는 3가지 핵심 변수(보험료 인상률·가입자 증가율·가입자 소득증가율)를 모두 반영하지 않고, 이 중에서 보험료 인상률 하나만 반영해 과소 추계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건보료 예상수입액을 낮게 잡아 정부지원금을 하향 조정했다.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 해마다 법정지원액 기준(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못 미치는 15~17% 정도만 지원해왔다.
정부는 올해도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지원액을 지난해(7조974억4600만원)보다 2210억6900만원 깎은 6조8763억7700만원만 지원하는 것으로 확정했다.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은 해마다 4월이면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를 상대로 ‘건보료 정산’을 통해 미처 거두지 못한 보험료를 징수한다. 하지만, 건강보험 국고지원액 정산작업은 그동안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가입자한테는 보험료 납부의무를 부과하면서 정작 정부는 일방적으로 지원금 규모를 줄여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법률규정은 2016년 12월 31일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2017년 12월 31일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연장된 뒤에 지난 4월 2022년 12월 31일까지로 5년 더 늦춰졌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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