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절 원하는 시민단체 vs 시·정치권 외곽 이전 요구
도박 중독자 양산 이미지상 구청장들 직접요구 난망
대전시가 월평동 마권 장외발매소(일명 화상경마장) 이전 문제를 두고 어떤 선택을 취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9대 대선에서 약속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고, 마사회가 이전 계획을 가지고 있는 만큼 서구 월평동 주민들의 오랜 기다림은 실현될 것으로 점쳐지나, 대전 내 다른 곳으로 이전하게 될 가능성을 두고 시가 상당한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마사회는 올해 3분기 중 대전시를 비롯해 충남·전북권을 대상으로 대체 장외발매소 부지를 공모하고, 내년부터 이사회와 주민설명회, 정부 승인 등의 절차를 거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절차가 모두 마무리될 경우, 월평동 발매소를 2021년 1분기 안에 폐쇄하고, 대전 도심 외곽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발매소의 향후 입지다. 그동안 월평동 발매소의 폐쇄를 요구했던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발매소 자체의 근절을 희망하고 있다.
쉽게 말해 하지 말아야할 사업이라는 얘기다.
월평동 화상경마도박장 폐쇄 및 추방을 위한 주민대책위원회는 지난 5일 낸 자료에서 “마권 장외발매소는 대전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의 문제인 만큼 도박산업으로 인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라”며 “대책위가 단순히 우리 동네 문제 해결만을 위해 4년간 싸워온 것이 아니다. 레저없이 배팅만 남은 화상경마장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시민을 도박중독으로 몰아가고 삶의 터전을 망가뜨리기에 화상경마장 폐쇄를 요구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대전시나 정치권에선 월평동 발매소는 폐쇄하되 시 외곽지역으로의 이전을 바라는 눈치다.
시가 지난 12일 대전을 찾은 당 지도부에 요청한 것도 근절이 아닌 신속한 외곽 이전의 필요성이다. 이같은 입장차는 레저세에서 기인한다.
지방세기본법에는 발매소가 내는 레저세를 광역시세로 구분, 광역자치단체가 가져가게 돼 있다. 대전시는 해마다 장외 발매소에서 내는 레저세로 100억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월평동 장외 발매소가 폐쇄된 뒤, 대전이 아닌 충남 혹은 전북권으로 이전하게 될 경우, 기존에 들어오던 레저세를 단 한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해당 기초단체도 마찬가지다. 현재는 거둬진 레저세의 3%만 서구의 수입이나 현재 마사회나 정치권에서는 레저세의 대상을 발매소가 위치한 시·군·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시의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예산폭탄을 가져오겠다고 해도 레저세처럼 지자체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용도의 돈을 백억원 이상 가져오기란 쉽지 않다”며 “경마장으로 인한 주변 주민 피해는 알지만, 경마장으로 인한 이득도 완전 무시하기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전 부지를 어느 자치구에 둘 것인가도 시의 새로운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발매소로 인한 레저세는 반가운 일이지만, 도박 중독자를 양산하는 이미지상 자치구청장들이 나서서 유치하기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선뜻 얘기하기 어렵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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