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블랙리스트 재조사를 요구하며 전국 법원의 판사들이 판사회의를 개최한 가운데 대전지역 법관들도 목소리를 함께했다.
24일 경기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2차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는 1차 판사회의 당시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결의를 양승태 대법원장이 거부한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의혹 해소를 위한 노력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전국 법관대표회의는 대전지방법원에서 3명, 고법에서 2명, 특허법원과 가정법원 각 1명씩 지역 법원의 대표 법관들이 참석했다.
판사회의에서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은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 대법원장의 추가 조사 결의 수용 거부는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사법 행정권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판사회의는 양승태 대법원장과 새로 임명될 대법원장에게 판사회의의 추가조사 요구를 수용해 조사 권한을 위임할 것을 촉구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9월 25일 양 대법원장이 임기를 마친 이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추가 조사를 신임 대법원장에게 요구하기로 했다는 점이 1차 회의와 달라진 내용이다.
앞서 판사회의는 지난달 19일 1차 회의를 열고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 권한 위임 ▲사법행정권 남용 책임자 문책 ▲판사회의 상설화를 요구했다. 양 대법원장은 판사회의 상설화 요구를 전격 수용했으나 추가조사에 대해서는 ‘교각살우’라며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대전지법은 지난달‘판사 블랙리스트’ 재조사와 양승태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 요구를 결의한바 있다.
대전지법 판사들은 결의에서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대한 추가 조사가 이루어져 책임 소재가 철저히 규명돼야 하고,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최종 책임자인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번 사건에 관하여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의 한 법관은 “판사들이 재판이 아닌 정치적인 문제에 억류되는 부분에 거리감을 갖고 있지만, 올바른 사법 집행을 위해서는 판사회의가 불가피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사법부에 비판적인 설문조사 및 관련 학술대회를 계획하자 행사를 축소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에서 촉발됐다.
이후 진상조사위는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일부 부당 지시를 내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사법부에 비판적 입장을 개진해온 판사들의 정보를 ‘블랙리스트’처럼 정리한 자료 의혹이나 대법원장 연관성에 대한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결론짓자 각급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이어졌고 결국 2009년 이후 8년 만인 지난달 19일 1차 전국법관회의가 열렸다.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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