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 상대로 바가지 씌우는 고전적 수법
경찰 “카드 비밀번호 알려주면 안돼”
지난 1월 중순 대전에 사는 50대 남성은 낯선 모텔에서 눈을 떳다. 술이 아직 덜 깬 상태로 일어난 그는 휴대전화를 봤다가 깜짝 놀랐다.
술값으로 무려 580만원이 결제됐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기억을 되짚었다.
술을 마신 후 취한 상태에서 택시를 탔고 술이 약간 부족하다 싶어 혼자 술을 마시기 위해 대전시 중구의 한 유흥주점을 찾았다.
양주 5∼6잔을 마신 후로는 기억이 나질 않았다. 이 남성은 평소 먹던 주량보다 많이 마시지도 않은데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술을 마시고 안주를 먹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그는 주점에 찾아가 항의했지만, 업주는 술을 마신 병들과 함께 있는 그의 사진을 보이며 정당한 금액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 말을 믿지 않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유흥주점 업주 A(35)씨 등은 손님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먹여 정신을 잃게 하고서 술값을 부풀려 결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에서 술에 취한 손님을 속혀 바가지를 씌우는 고전적인 수법으로 돈을 강취한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붙잡혔다.
대전 중부경찰서는 유흥주점에서 손님에게 수면제를 먹여 의식을 잃게 한 뒤 술값 수천만원을 바가지 씌운 혐의(특수강도)로 업주 A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종업원 B(24)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일당은 대전 중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면서 손님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마시게 해 의식을 잃게 하고서 손님의 카드로 술값을 결제하거나 현금을 인출했다.
이와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님 5명에게서 모두 3305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다.
이들 일당은 이미 술에 만취한 상태로 혼자 다니는 남성을 노렸다. 손님이 2명 이상이면 범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일단 이들은 호객행위를 하며 손님에게 “현금으로 계산하면 술값 30만원을 20만원으로 할인해 주겠다”고 꼬드기며 유인했다.
또 손님에게 “직접 현금을 찾아오겠다”며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요청하곤 신용카드 비밀번호와 잔고를 확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계좌에 돈이 많이 남아있는 손님은 이들의 범행 대상이 됐다.
피해자 가운데는 하룻밤 술값으로 1000만원을 넘게 뜯긴 사람도 있었다.
A씨 등은 술값이 너무 많이 나왔다며 강하게 항의하는 일부 손님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100만∼2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성노근 대전 중부경찰서 수사과장은 “현금 할인이라는 꼬드김에 넘어가 함부로 타인에게 카드 비밀번호를 알려줘서는 절대 안 된다”고 당부했다. 구창민 기자 kcm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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