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별 당대 당 연대, 협치중요, 국민-바른 ‘캐스팅 보트’
문재인 정부 국정안정의 키를 쥐고 있던 추경과 정부조직법 국회통과 과정에서 여소야대, 다당체제로 재편된 정국 여건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역시 기존의 양당 구도에서 ‘주고받기 식’ 타협을 찾아가던 의정활동 기본 틀이 더는 통용되지 않아 원점에서 다시 고민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정치권에 따르면 7월 임시국회 주요안건 처리과정에서 여야 어느 한 쪽도 과반을 점하지 못하고 4개 교섭단체 체제의 한계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민주당의 경우 여소야대 정국에서 120석의 의석으로 국정 초반 안정적인 정책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법이라도 야당의 협조 없이는 통과가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내가 을(乙) 중의 을(乙)”이라고 했고, ‘국회 정상화 합의문’ 채택이 불발된 뒤 기자간담회에서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물을 훔치며 설움을 토로하기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민주당은 정부조직법 논의 과정에선 최대 쟁점이 된 ‘물관리 일원화’ 논의를 뒤로 미뤄야 했다.
추경안 역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예산 80억 원을 들어내고 목적예비비 지출로 전환하고 증원규모도 절반으로 줄여야 하는 후퇴를 감수해야만 했다.
한국당도 갑갑하긴 매한가지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개정 이후 야당에 힘이 실렸던 19대 국회와 달리 20대 국회 들어선 제1야당의 입지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중도와 진보, 중도와 보수가 각각 혼재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과 함께 야3당과 공동전선을 펼치는 데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렵사리 공동 대오를 형성해 놓았지만, 결정적 순간에 어느 한 쪽이 돌아서는 바람에 ‘고립무원’ 신세가 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 표결 때와 김상곤 교육부총리 임명과정 속 추경심사 보이콧 상황에서 한국당은 국민의당의 변심에 쓴잔을 들어야 했다.
지난 22일 추경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신(新)3당 연합’을 형성하는 바람에 한순간에 고립무원 신세가 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20대 국회 정치지형의 경우 당대당 연대라는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하고, 그만큼 여야의 수싸움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양당 구도에서 ‘와일드 카드’처럼 통했던 막판 ‘빅딜’의 여지가 좀처럼 파고들 틈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전략변화가 요구되는 대목으로 말 그대로 ‘협치’가 필요조건이 됐다.
반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캐스팅 보트’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원내 1,2당의 구애가 어느 때보다 뜨거운 상황에서 사안별 협력으로 몸값을 키우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은 총리 인준 청문뿐 아니라 지난달 강경화 외교부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국회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을 때 ‘인사 분리대응’ 방침을 밝히며 추경 논의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바른정당 역시 인사청문 국면에선 추경 심사와 연계한 국회 보이콧에 한국당과 보조를 맞췄지만 이후 추경 심사에선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이며 협상에 임했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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