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도안 스타벅스 커피숍 앞 도로의 모습. |
3일 내내 밀려드는 인파에 도로까지 몸살
스타벅스 매장 테이블 폐쇄했지만 대기손님에 북적
할인 이벤트에 몰려드는 소비자들, 경제시장의 이면 씁쓸
22일 대전 유성구 도안동의 도로. 오른쪽 차선에 일렬로 길게 늘어선 자동차가 경광봉을 든 한 사람의 지휘에 맞춰 차례차례 건물안으로 들어간다. 본래 주행도로지만 오른쪽으로 꺾어 건물로 들어가는 차량으로 인해 거리는 마치 거대한 주차장처럼 변했다.
일반도로를 달리는 차들은 클락션을 울리며 도로를 막은 차량에 불쾌감을 전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차들은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어져만 갔다. 이 자동차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일까?
“안녕하십니까, 스타벅스입니다. 어떤 음료를 주문하시겠습니까?”
차들의 행선지는 스타벅스 커피숍이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전국에서 ‘해피아워’ 행사를 진행했다.
해피아워는 오후 3~5시 제조음료를 반값에 할인해주는 이벤트로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반값 음료를 구매하기 위한 소비자들의 발길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스타벅스 18주년을 기념하는 해피아워는 소비자들에게 반값 할인이라는 큰 이벤트를 제공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에게는 불쾌감을 안겨주는 이벤트로 낙인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중복이었던 22일 해피아워 마지막 날 도안동의 도로는 한바탕 전쟁이었다. 드라이브 스루에 진입하려는 차들로 도로는 차들로 빼곡했고, 인도와 자전거도로마저 밀려드는 차량 행렬에 걷기조차 어려웠다.
지역 주민은 “커피숍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3일 내내 이런 모습인지 모르겠다. 커피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늘었다지만 이렇게 도로까지 막아서야 되겠느냐”며 사고 위험성에 대해 우려했다.
실제 드라이브 스루 이용자들은 오른쪽 차선을 모두 막아서 나머지 차선이 정체되며 혼잡했고 줄지어 선 차량을 이해할 수 없다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운전자들도 있었다.
스타벅스 매장 안도 혼잡스러움 그 자체였다.
매장에서는 밀려드는 주문에 맞춰 직원들이 쉴 새 없이 움직였고, 손님들은 자리에 앉지도 못한 채 장시간 서서 기다려야만 했다.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는 “사이렌오더(스타벅스 어플로 주문하기)가 안돼서 음료를 주문하려면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다. 대전은 대기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지만, 다른 지역의 친구는 2시간까지도 기다렸다”며 해피아워의 전국적인 인기를 실감 나게 전했다.
음료를 받은 소비자는 “반값이라 저렴해서 좋지만, 음료 하나를 사려고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이 상황이 나조차도 아이러니 하다”고 말했다.
유통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이제 하나의 문화가 됐다. 문화를 공유하고 즐기는 세대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렇게 할인 이벤트에 몰려드는 시민들을 보니 그만큼 각박하고 어려운 경제시장의 이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강조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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