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빌려준 병원장만 처벌하던 과거와는 다른 판단
의사를 고용해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던 대전 동구 A요양병원의 실질적인 운영주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통상 명의를 빌려준 의사들이 모든 법적 처벌을 받던 과거 관행과 달리, 실질 운영주를 인정하고 처벌하면서 사무장 병원을 처단하겠다는 법원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대전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최창영)는 사기와 의료법위반, 근로기준법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실질 운영주였던 전모씨(60)에 대해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또 이 사무장 병원의 투자자였던 이모씨(48)는 사기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집행유예 3년), 명의를 빌려줬던 한의사 전모씨(50)는 전씨와 같은 혐의로 징역 2년(집행유예 3년)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모씨와 한의사 전모씨에 대해서는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이 요양병원의 실질적인 운영주였던 전씨는 비의료인임에도 불구하고 이씨와 공동으로 자금을 투자하고 의사를 고용해 요양병원을 개설, 운영하면서 수익을 5대 5로 나누기로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4년 3월 이씨의 명의로 주식회사를 설립해 법인 명의로 부지를 매입해 요양병원 건물을 신축한 후 신용불량자로 병원을 개원할 자금 능력이 없는 의사(월급여 1500만원)를 고용하기로 하고 의료기관을 개설한다.
현행의료법에는 의사나 지자체, 의료법인, 비영리법인 등이 아니면 의료기관 개설이 불가능하다.
전씨와 이씨는 지난 2015년 7월 동구에 요양병원을 개설해 189개 병상의 병원을 운영해 의료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이 아니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요양병원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로 4220만원을 비롯해 총 12회에 걸쳐 20억 2000여만원을 지급받아 편취해 사기 혐의도 받고 있다.
병원 운영을 하면서 근로자의 임금과 퇴직금을 일체 지급하지 않은 혐의도 추가됐다.
지난 2015년 경찰이 사무장병원 조사를 벌이면서 이 병원은 갑작스런 폐업 절차에 돌입해 지역사회에 혼란을 주기도 했다. 갑작스런 폐업결정으로 환자들이 의료진도 없이 방치되는가 하면 보호자와 논의도 없이 인근 요양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면서 논란이 일었었다.
재판부는 무엇보다 병원 운영에 대한 최종 결정권한이 병원장이 아닌 전씨에게 있다고 판단하고 병원의 각종 회의주재, 직원 채용여부 결정, 병원운영과 관련된 업무지시 등을 하는 사업주로 판단했다.
기존 사무장 병원들의 실질적인 운영자들이 명의를 빌려준 의사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실질적인 처벌을 받지 않았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라는 평가다.
재판부는 “개인의 영리를 추구할 목적으로 사무장병원을 개설하는 행위는 영리를 목적으로 할 경우 환자알선, 과잉진료, 투자자의 자본회수에 따른 의료기관 운영의 왜곡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사회적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판시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