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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한진 을지대학병원가정의학과 교수 |
0세에서 17세까지는 미성년, 18-65세는 청년, 66-79세는 중년, 80-99세는 노년, 100세 이상은 장수세대로 구분했다.
이는 사람의 평균 수명이 길어진 탓이다. 점차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참고해야 할 내용이라 생각된다. 건강이 동반된 노화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건강이 유지되지 않는 노화는 질병의 고통은 물론이고 사회적 비용의 증가까지 여러 복합적이고 힘든 문제를 유발한다.
병원을 찾아오는 노인의 특징적 소견으로는 기력의 소진이나 감퇴, 체력과 근력의 감소에 따른 운동 능력의 감퇴이다. 연령의 증가에 따른 신체 장기의 기능 감소는 노화의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빠르고 과도하게 진행되는 경우는 노화가 아닌 노쇠, 또는 허약이라 부른다. 노쇠는 노화에 영양 섭취의 부족, 운동 부족 및 질병과 이로 인한 약물 복용, 사회적 지원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나타난다.
노쇠는 반드시 질병에 의해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질병을 앓는 경우 노쇠의 발생 가능성이 크지만, 질병이 없더라도 노쇠 현상을 나타낼 수 있다.
더욱이 사망 위험이 증가한다. 노쇠를 진단하고 적극적으로 대처를 하면 건강 상태를 지속해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와병상태가 되거나 또는 요양시설 입소를 늦출 수 있어 사회적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 보건기구(WHO)는 노쇠를 건강 노화를 방해하는 ‘주적(主敵)’으로 규정하고 예방 노력을 당부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노쇠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 2007년 복지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통해 노쇠 유병률을 확인한 결과가 전부이다. 이 조사 결과 한국 노인의 노쇠 비율은 8.3%였고, 노쇠 전단계는 49.3%로 확인됐다.
노쇠를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국제 통용 측정 설문과 보행 속도, 악력, 근육량, 치아 검사 등이 이용된다. 이 결과를 종합해 판단한다.
최근 6개월간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3㎏ 이상), 근력 감소, 보행 속도감소, 과도한 피로감, 신체 활동량 감소 등 5가지 항목 중 3가지 이상에 해당할 때 노쇠로 판단하며, 이 중에 1∼2가지만 해당하면 노쇠 전단계로 분류한다.
미국에서 시행한 한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노쇠로 확인된 상태에서 영양 섭취나 운동 등을 통해 노쇠 전단계로 또 건강한 상태로 회복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쇠 노인 966명을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영양과 운동을 통해 31.9%가 노쇠 전단계로, 7%가 건강상태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쇠를 예방하려고 확실한 진단 기준을 적용하여 판정하고, 이에 따라 확인된 노쇠 노인에게는 영양과 운동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단백질 섭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4년)에 따르면 65∼74세의 경우 45.4%, 75세 이상은 65.9%에서 단백질 섭취가 권장량보다 적게 나타났다.
현재 단백질 섭취 권장량은 몸무게 1㎏에 하루 0.9-1.0g이다. 고령층에서 근감소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려면 성인 권고량보다 많은 체중 ㎏당 1.2g(최대 1.5g)의 단백질이 필요하다.
비타민D의 섭취도 권장된다. 비타민 D는 골다공증과 근감소증 예방에 도움이 되며 골절 위험을 줄여준다. 비타민 보조제 복용이나 3개월에 한 번씩의 주사를 권장한다.
영양 섭취와 함께 꾸준한 운동도 필수다. 운동은 주기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반드시 근력 운동이 포함되도록 하여야 한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생활은 감정 장애를 가져올 수 있고 인지기능 및 보행능력 감퇴로 이어져 노쇠 발생을 가중시킬 수 있다. 정신적 노쇠 예방을 위해서는 가사 장보기 쇼핑 등 저강도의 일상활동이 필요하다.
노쇠 노인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정확한 검사를 전체 노인을 대상으로 매년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체계적인 대처 방법까지 만들어 시행한다면 점차 증가하는 노인들의 삶의 질에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제도 개선은 노쇠 탓에 발생하는 신체장애 유병률과 장기요양비용도 확실하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좀 더 인간적으로 대접받는 노인들을 빨리 보고 싶다.
오한진 을지대학병원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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