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베를린 구상’ 시동거나
정부가 17일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을 공식 제의했다.
군사회담은 남북 상호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것이며 적십자회담은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자리다.
새 정부가 북한에 당국 간 회담 개최를 제안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독일에서 밝힌 ‘신(新) 한반도 평화비전’, 이른바 ‘베를린 구상’에서 제시한 사항들을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가진 회견에서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7월 21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개최할 것을 북측에 제의한다”고 밝혔다.
회담이 열린다면 확성기 방송중단과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전망이다.
북한은 과거 군사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해온 것으로 감안할 때 이번 우리 정부제안 성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적십자사도 이날 남북적십자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김선향 대한적십자사 회장 직무대행도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에서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등 인도적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을 8월 1일 판문점 우리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가질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사회담과 달리 북한이 적십자회담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탈북한 여종업원 12명과, 탈북한 뒤 남한에 정착했지만 북송을 요구하고 있는 김련희씨의 송환 없이는 이산가족 상봉은 없다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우리 정부의 주장을 전격 받아들여 10월 4일에 이산가족 행사가 열린다면 지난 2015년 10월 이후 2년 만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얼마 전 독일 순방 때 ‘베를린 구상’을 발표하면서 휴전협정 64주년인 7월 27일을 기해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적대 행위를 상호 중단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또 10·4정상선언 10주년이자 추석인 10월 4일에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를 제안했다.
두 가지 제안은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의 본격 이행을 알리는 것으로 북핵문제 등으로 경직된
남북관계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북한은 지난해 2월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 이후 모든 남북 간 통신 채널을 단절한 상태다.
북한이 우리의 회담 제의에 응하면 지난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1년 7개월여만의 남북 당국회담이 성사되는 것이다. 군사회담만으로는 2014년 10월 비공개접촉 이후 33개월 만이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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