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28일 시민 아이디어 채용한 새 디자인 공개
기존에 비해 행선지 파악 용이, 감성문구 등 공감화 눈길
시내버스. 대전시민들이 원도심을 비롯해 원하는 행선지로 가기 위한 교통수단이다.
‘시민의 발’이란 얘기다.
그러나 지금껏 시내버스는 단순한 이동수단에 불과했다. 시내버스를 타면 원하는 곳까지 갈 수는 있지만, 온전히 편리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사용자인 시민 입장에선 시내버스에 적잖은 불편함이 내재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많은 출ㆍ퇴근시간대엔 어디를 지나는지 알기 어려워요.” / “정류장에서 기다릴 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버스인지, 반대 편에서 타야하는 지를 잘 모르겠어요.” / “난잡한 광고는 눈살 찌푸리게 만들죠.” /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갈 때 만큼은 편히 쉬고 싶어요.” / “현금으로 버스요금 낼 때 얼마였죠?” / “베트남 사람인 저는 한국말 몰라요.”
이랬던 시내버스가 이제는 단순 교통수단이 아닌 시민의 공간으로 변신한다. 시민의 의사가 반영된 디자인이 적용돼 이제는 시민과 공감·소통하는 장소로 거듭날 전망이다.
대전시가 오는 28일 증차돼 출고되는 시내버스에 새로운 디자인을 입혀 시민들에게 선보인다.
우선 시범케이스로 급행 3번인 버스에 채용된다.
이 디자인은 시가 지난 3월 시민을 대상으로 시내버스 내ㆍ외부 디자인을 공모하고, 지난달 최종적으로 우수하게 평가받은 제안을 수용하고 현실화한 것이다.
지난 2008년 말 시내버스 색상이 현재의 빨강(급행)과 파랑(간선), 녹색(지선)으로 바뀌긴 했으나, 광고 내용을 제외하면 내·외부 모습은 일절 달라지지 않았다.
색상을 제외하면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외부의 광고 위치와 크기가 정해져 있음에도 깔끔하게 부착되지 않거나 내부 광고물의 흰 면이 외부에 노출돼 이미지를 되려 훼손키도 했다. 내부도 노선도와 버스운전자 자격증, 교통 불편 신고엽서, 요금표 등이 유리창과 천장에 난잡하게 배치돼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시내버스 이용을 주저하게 만들고, 시내버스 내·외부가 정돈될 필요가 있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제는 달라진다. 중도일보가 파악한 새 디자인을 보면 이전과는 가독성에서 차이가 두드러진다.
기존 버스에선 정류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기준으로 버스 번호와 함께 주요 행선지가 세로로 쓰여져왔다.
그러나 새 디자인에서는 주요 행선지를 대각선으로 표기시켜서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했고, 기착지와 종착지를 따로 표시해 승객인 시민이 원하는 방향의 버스인 지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변경됐다. 각 행선지에는 영문 표기도 병행돼 다문화가정과 유학생, 대전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이용 편의성도 높아졌다.
이같은 변화는 버스 내 비치될 내부노선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노선도에서도 기존의 세로 표기는 버려졌고, 이동 지도를 포함시켜 인근 지역을 파악하는데 용이케 만들어졌다. 버스 정면에 기착지와 종착지, 중간 주요 거점을 알리는 스티커를 차량 상측에 부착하게 함으로서 멀리서도 시민이 원하는 버스인지 여부를 확인 가능케 한 것도 눈길을 끈다.
하차문이나 그 부근에 부착됐던 운전자 자격증도 완전히 바뀌었다. 교통불편·친절신고 엽서와 함께 일일이 교체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던 버스기사의 운수종사자증은 오전·오후 근무자를 명기하는 한편, 버스회사명과 차량번호, 시내버스 교통불편 신고안내 전화번호 등 필요한 정보만 담는 방식으로 최소화됐다. 노란색 바탕 위 검정글씨의 요금표도 완전히 달라졌다.
각 버스 색깔에 일체화된 색상의 테두리와 흰 바탕 속 검정글씨로 요금통만 아니라 승차문 바깥쪽에도 비치된다. 승객이 카드가 아니 현금으로 탑승할 경우, 미리 요금을 알게 함으로서 버스 정차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의도에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이번 디자인 개선에서 주목할 것은 감성문구의 도입이다.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의 문구 아이디어를 차용, ‘세월을 버텨온 만큼 대단한 당신’, ‘오늘 참 멋지다. 영재’ 등과 같이 버스를 타고 학업과 일을 마치고 피로가 쌓인 채 집에 돌아갈 중고등학생과 직장인에게 격려와 위로를 주는 동시에 바로 옆의 임산부를 배려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시민이 추천하는 시나 직접 제작한 그림 등을 버스 내부에 전시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전영춘 대전시 버스정책과장은 “지난달 최종 심사에 오른 아이디어 가운데 괜찮은 것들을 하나씩 고른 뒤 디자인 전문가에게 맡겨 현장에서 쓸 수 있게 만들었다”며 “28일 신차에 적용해 시범 운영을 거쳐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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