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금용 대전시한의사회 회장 |
“한약 먹어도 살 안찌는 거 맞죠? 원장님.”
임상 25년이 넘어가면서 요즘 들어 자주 듣는 말이 ‘한약 먹어도 살 안 찌게 해주세요’란 말이다. 특히 여름철이 오면 젊은 분들에게서 자주 듣게 되는 말인데, 정말 한약을 먹으면 살이 찌는 것일까? 이런 말은 어디서 나오게 된 것일까?
한약을 먹으면 입맛이 좋아져서 많이 먹게 되니 살찌는 것 아니냐고 주변에서 말을 많이 합니다. 이 말이 듣기에 그럴싸합니다. 하지만, 잠깐 생각해보면, 보통체격의 건강한 사람은 식욕이 없을까요? 아니죠. 그런 사람들이 살이 찔까? 그것도 아닙니다.
보통의 건강한 사람들은 자기 키에 알맞은 체중을 유지하면서도 입맛이 좋고, 적당히 먹고 나면 배가 불러 과식을 잘 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살찌는 사람들을 보면, 입맛이 좋다기 보다는 식욕항진이라는 증상이 있어, 절제하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게 과식을 하고 있으며, 배고픔을 비정상적으로 빨리 느껴 간식을 자주 먹게 됩니다.
한약의 치료 목표는 우리 몸의 모든 기능을 정상화해주는 것입니다. 식욕이 없는 사람은 위장의 기능이 약해진 것이니 다시 활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식욕이 지나치게 좋고 허기가 잘 지는 사람은 식욕항진을 치료하여 잘 허기지지 않게 함으로써 과식을 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한약입니다.
체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야윈 사람도 뚱뚱한 사람도 정상이 아니니 보통의 체격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한약이지, 야윈 사람이 한약을 먹고 비만이 된다거나, 비만인 사람이 한약을 먹고 말라깽이가 되도록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려도 의아해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주위에 보면 어렸을 때 한약을 잘못 먹어서 뚱뚱해 졌다든가, 한약인가 보약인가를 먹고 난 뒤에 밥을 막 먹더니 살이 찌기 시작했다는 사람들이 여럿 있더라는 것입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다음과 같이 말씀드립니다.
물론 한약을 잘 못 써서 식욕이 항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막힌 도랑에 물 붓기 격으로 위장 기능이 항진된 상태에서 보혈제를 남용한다면 식욕이 왕성해 지기도 하겠다고요. 그러나 이런 경우는 비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진 한약이라면 몰라도, 정식 교육을 받은 한의사가 처방한 한약을 먹었다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또한 한약을 먹고 살이 찐다고 하는 것은 한약 탓이라기보다는 요즘같이 비만해지기 쉬운 환경이 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음식이 풍족하고, 어릴 때부터 육식을 많이 하며, 간식을 즐기고, 더구나 복잡한 세상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과식을 하기가 쉬워집니다.
그러므로 한약을 드시기에 앞서 살이 찔까봐 걱정을 하시지 마시고, 전문가인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아래 처방된 한약을 드신다면, 우리 몸을 정상적으로 만들어 주어 건강해질 것이며, 비만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장마철 건강관리를 잘 하시길 바라며, 한약에 대한 궁금증은 가까운 한의원을 방문 하시여 한약 전문가인 한의사와 상담하시길 바랍니다.
정금용 대전시한의사회 회장(천수당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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