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훈 대전시치과의사회 고문 |
“우리 아이가 또 충치가 생긴 것 같아요. 치료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치료를 해도 왜 이렇게 자꾸 이가 썩는 거죠?”
왜 이런 상황이 자꾸 벌어지는 걸까? 우리는 충치는 충치균 때문에 생긴다고 쉽게 얘기해왔고, 양치질을 잘 하라고만 얘기해 왔다.
하지만 간단히 얘기하는 것만 가지고는 치아우식증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치아우식증이 생기는 과정과 충치 치료에 대한 올바른 이해만이 치아우식증을 예방하고 치과치료의 공포로 부터 벗어나는 길일 것이다.
뿔달린 까만 충치균들이 삼지창을 들고 치아를 갉아먹고 있는 그림으로 치아우식증(충치)를 설명해왔지만, 보다 정확히 얘기하면 충치균이 만들어내는 산이 치아의 무기질을 탈회시켜 충치가 발생하는 것이다.
구강내 산도(pH)는 항상 중성을 유지한다. 우리가 음식물을 섭취하면 구강내 세균들이 음식물에서 당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산이 만들어지면 구강내는 산성으로 변한다. 산도가 pH5.5 이하로 내려가면 치아의 법랑질이 탈회되기 시작한다. 이때 잇솔질 등을 통해서 구강내의 산이 씻겨 나가서 구강 내의 pH가 다시 중성으로 복귀되면 타액의 무기질에 의해 탈회된 치아의 무기질이 보충되고 복구된다.
1943년 Stephan과 Miller는 음식물 섭취에 따른 구강내 pH의 변화를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당분이 함유된 물로 입가심 후에는 중성에 가까웠던 pH가 급격히 감소하여 약 5~20분내에 치아의 탈회가 시작되는 pH5.5보다 낮은 최소에 도달한 후 10~15분정도 pH5.5 이하를 유지하다가 서서히 회복이 되어 정상으로 돌아가기까지 약 30분에서 60분이 소요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잦은 음식물의 섭취 또는 양치질의 미비로 구강내 pH가 pH5.5 이하로 지속되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빈번해지면 치아가 썩어가는 시간이 더 늘어남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우리 치아는 매일 그리고 매순간 섭취하는 음식에 의해서 구강내 산도의 변화에 따라 치아의 탈회와 복구가 반복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 만약 누적된 탈회의 양이 복구의 양보다 많은 경우 치아가 썩은 상태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치아의 무기질의 탈회와 복구는 분자수준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만약 육안적으로 치아의 외형이 파괴된 양상이 보이면 이는 복구가 안되는 상태이므로 충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충치 치료는 잘 아는 바와 같이 치아의 썩은 부분을 제거해내고 금이나 레진 등의 인공대체물질로 그 부위를 다시 채워 넣는 것이다. 즉 충치치료는 단지 ?어서 손상된 치아 부분을 인공대체물질로 바꾼 것이지 충치균을 없애거나 충치균이 산을 만들어내는 것을 못하게 하거나 하는 것은아니다. 따라서 치과에 다니는 동안에도 치료가 끝난 이후에도 입안 어디에선가는 산에 의해서 치아가 썩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예전에는 충치의 원인균으로 뮤탄스균(Streptococcus mutans) 등이 지목되었으나 최근에는 치아가 썩어가는 단계마다 다양하고 많은 종류의 세균들이 관여한다고 밝혀지면서, 치아우식증은 뮤탄스균과 같은 특정 균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구강내에 상존해있는 세균들 중에서 산을 생성하는 세균의 비율과 수에 좌우된다고 인식되고 있다. 그동안 특정 균을 원인균이라고 생각하여 개발되어 왔던 충치백신주사나 유전자 치료 또는 항균처치와 같은 방법 등은 효과적이지가 않다. 따라서 치아우식증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산을 생성하는 세균의 수와 비율을 줄이고 구강내가 산성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당 섭취의 제한, 올바른 양치질, 물리적인 치면세균막관리 등이 행해져야 한다.
이상훈 대전시치과의사회 고문(이상훈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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