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 유구읍은 한국에서 생산되는 섬유의 70%를 생산하는 지역이다. 무늬를 넣어 짠 천을 말하는 '자카드' 직물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기도 한다. 이 지역에서 만든 유구천이 구한말 고종의 용포 어의를 만드는데 사용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으로 피난 내려온 북한의 직조업자들이 목제직기로 가정에서 우모직을 생산한 것이 이 마을 섬유산업 역사의 시작이라고 한다. 이후 1950년대에 방적기계가 들어오면서 호황을 누리게 되는데, 전성기엔 공장 250여곳, 직기 3000여대에서 직공 3000명이 근무하는 직물 생산지로 명성을 떨쳤다.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색동직물도 이곳에서만 생산됐다고 한다.
빛 바랜 예전의 명성을 되살릴 희망은 예술이었다. 2014년 이강준 작가 등 10명이 참여한 '유구 문화예술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골목은 새 옷을 입기 시작한다. 철커덕 철커덕, 요란한 소리가 나는 공장 벽을 따라 걸으면 벽화를 보는 것만으로 섬유의 역사를 알 수 있도록 만든 '섬유역사의 거리'가 펼쳐진다. 공장에서 만들었을 것 같은 꽃무늬가 그려진 분홍색 벽이 있는가 하면 베를 짜는 여성의 모습, 지역의 옛 모습을 담은 수채화 같은 그림이 가슴 한 구석을 따뜻하게 물들인다. 실을 만지는 할머니의 얼굴은 그 깊은 주름과 온화한 표정이 보는 이를 탄복하게 한다.
글·사진=박새롬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