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지원서에 스펙이 배제되고 자기소개서와 질의응답을 통해서만 면접자를 판단해 채용하도록 하는 ‘블라인드 채용’도입이 점차 확산되지만 아직까지 이를 준비할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을 위한 ‘블라인드 스펙’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12일 대전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 달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공무원이나 공공부문 채용 시 ‘블라인드 채용제’를 실시한다고 계획을 밝힌 이후 이달부터 332개 모든 공공기관에서, 149개 지방공기업은 내달부터 입사지원서와 면접에서 학력, 출신지, 신체조건 등 차별적 요인들은 일절 기재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이 본격 시행된다.
행정자치부는 12일 149개 지방공기업에 이어 663개 지방출자·출연기관을 포함한 지방공공기관 전체로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 추진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공공기관 방침에 이어 민간 기업에도 이같은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정작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블라인드 채용’준비를 놓고 애를 먹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이 입사지원서에 학력, 출신학교, 출신지, 성적 등을 쓰지 않고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통해서만 이뤄진다는 대략적인 내용만 나왔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아 어떤식으로 준비해야 할지 오히려 막막하다는 것이다.
자소서와 블라이드 면접을 위한 또다른 스펙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상위권 대학을 나온 학생들을 중심으로 역차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블라인드 채용 자문위원 회의’에서도 참석자들은 “블라인드 채용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른바 ‘깜깜이 채용’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거나 “명문대 졸업생들에 대한 이른바 ‘역차별’ 논란도 있다”고 밝히고 했다.
또한 “블라인드 채용이 요구하는 직무 관련 경험이나 활동과 관련해 불필요한 스펙 쌓기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기도 했다.
지역대 관계자는 “아직까지 학점이나 전공 외에 어떤 스펙을 쌓아야 하는지 몰라 블라이드 채용을 위한 또다른 스펙쌓기가 성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며 “최종 출신 학교의 위치를 기준으로 ‘지역인재’를 판별하거나, 출신학교를 배제하면서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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