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개 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417명은 지난 5일 탈원전 정책에 대해 “해당 전문가의 의견이 배제된 졸속 정책 수립”이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그들 다수가 원자력ㆍ에너지 ‘전문가’임을 강조했다.
다만, 모순적이게도 성명서는 과학적 전문성보다는 일반적인 전력수급, 에너지전환 비용, 재생에너지 현실성 등 정책과 경제 관련 논지만이 꽉 차있었다.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에 참가한 일부 교수의 원자력 연구개발(R&D)비를 분석한 결과, 2012∼2016년 사이 22개 대학 교수 94명이 978억원을 수령한 점을 확인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이들 교수와 원자력발전 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대목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집행하는 원자력 관련 R&D 지난해 기준 5600억원이며, 신재생에너지 R&D는 230억원이다.
R&D 예산이 원자력 분야에 비교적 몰려 있는 상황이다.
또 원자력진흥법에 따라 원자력발전사업자는 전기 1킬로와트시(kwh)를 판매할 때마다 1.2원을 원자력연구기금을 조성할 수 있다.
이처럼 현재 에너지 산업은 일부 원자력 산업 관계자들이 ‘독점’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에너지 산업에서 독점 구조가 발생할 때 국가적으로 큰 불평등을 일으킨다.
에너지 산업을 독점하는 층은 과잉소비를 야기하며, 그렇지 못하는 층은 에너지 이용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 부의 원천은 에너지’, ‘에너지 노예’와 같은 말이 쉽게 횡행하는 이유다.
정부는 현재 탈원전을 선언하고,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잠정중단 발표만 했을 뿐이다.
아직 구체적인 세부 정책을 마련하거나 발표하진 않았다.
지금이 바로 ‘공론의 장’이 만들어질 적기다.
관련 학과 교수나 원전 등 에너지 관련 이해 당사자들로만 구성된 공론의 장은 의미가 없다.
에너지 문제는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주체인 ‘시민’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욱 원자력발전 문제는 지역민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탈원전과 관련된 사회적 갈등과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공론의 장’이 하루빨리 열리길 기대해 본다. 최소망 기자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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