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여간 범칙금 5만원을 내지 않은 공무원이 ‘경범죄처벌법위반’혐의로 정식 재판에 회부된 데 이어, 항소심에서 벌금은 물론 변호사 비용까지 모두 부담하라는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다.
피고인에게 형사재판에서 소송비용을 원심까지 모두 부담시킨 것은 과도한 주장으로 소송을 남발한데 따른 책임을 묻기 위한 재판부의 조치로 보인다.
대전지방법원 제3형사부(재판장 성기권)는 경범죄처벌법위반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A씨(59)가 원심의 형이 무거워 부당하고, 소란을 일으킨 경찰지구대가 여러사람이 모이는 곳이 아니라며 법리오해라는 주장에 대해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당심 소송비용을 모두 부담하도록 했다.
1심에서 법원은 A씨에게 벌금 6만원 형을 선고했었다.
A씨가 벌금 6만원에 항소심까지 제기하기 까지 원인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지난 2008년 12월 23일 오후4시께 대전의 한 경찰서 지구대에 술냄새를 풍기며 들어가 경찰관을 찾고 반말을 하는가하면,경찰관들을 몸으로 밀치고,마음대로 복사기에서 종이를 꺼내 고발장을 작성해 경찰관들에게 던지며 제출하는 등의 행위를 벌였다.
경찰은 A씨의 행위에 대해 범칙금 5만원을 통보했으나 납부는 커녕 즉결심판을 위한 출석에도 응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 이후에도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즉심 및 범칙금 등 납부통지서를 6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발송했고, 소재수사를 지시하기도 했으나 소재파악도 되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지난 2013년 대전지방법원에 A씨의 즉결심판을 청구했고 불개정심판 절차에 의해 벌금 6만원을 선고했다.
이후 정식 재판에 회부된 A씨는 “즉심 및 범칙금 등 납부통지서를 받아보지 못했고, 적법한 통고 처분 없이 행해진 즉결심판 청구는 범칙금 납부기회를 박탈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적법한 통고처분과 통지서 발송을 거쳐 이뤄진 것이고, 피고인의 행동들은 몹시 거친 말이나 행동으로 주위를 시끄럽게 하거나 술에 취해 이유없이 다른 사람에게 주정한 것에 해당되는만큼 처벌할 수 있다. 경찰지구대는 여러사람이 모이거나 다니는 곳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범칙금 5만원으로 시작한 소송이었지만, 결국은 벌금형에 국선변호인 선임 비용까지 포함하면 200여만원의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지역 법조계에서는 형사재판은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형사재판에서 소송 비용을 피고인에게 부담하라는 판결은 이례적이고, 피고인이 과도한 주장을 해서 항소심까지 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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