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도 벅차, 토익ㆍ토플 등 보충 학습은 ‘꿈’
안녕하세요. 저는 알바노동자 라라(24ㆍ가명)입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다음 학기 등록금, 생활비를 모으려 기숙사가 있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어요.
이 공장은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는 중간조, 밤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는 야간조인데 전 둘다 뛰고 있어요. 물론 필요할 땐 오전조에도 땜빵(?)을 하죠. 왜냐고요? 돈이 필요해서 입니다.
전 공주대 미술교육과에서 재학 중입니다. 4학년인데 졸업전시회를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전시회를 하려면 도록 출력비, 졸업사진비, 디자인비 등등 비용이 만만치 않거든요.
그동안 지인들에게 신세지고 다녀서 도움을 청할 수도 없어요.
사람들은 일한 만큼 받는 거라고 돈 없다고 하면 자기가 게을러서 그런 걸 사회 탓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학기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밤 11시에 출근해 새벽 5시에 끝나는 일이었죠.
정식으로 일한 건 아니라 야간수당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곳에선 “야간타임은 위험해서 어린 학생들은 고용하지 않는데 이것도 고마워하라”고 했습니다.
끝나고 6시쯤 돌아와 쪽잠 자고 스쿨버스를 타려면 오전 7시 30분에 집을 나서야 합니다.
스쿨버스가 아닌 일반버스는 4400원으로 비싸거든요.
가난하면 돈이 적게 드는 학과로 갔어야 하는데, 예체능을 해서 이렇게 된 걸까요? 게을러서 일까요?
최저시급 6470원, 일급 5만 1760원. 주거비, 학비, 교통비, 생활비를 빼면 이 돈으론 학교를 다닐 수가 없어요.
지금 최저임금으로는 보충교재는 물론 전공책을 모두 사기도 힘들어요.
단순히 학비를 보태달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알바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갑자기 닥쳐올 위기상황에 맨 바닥에 몸이 내던져지지 않을 정도의 삶은 필요하다는 것이죠.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 위원회 심의 연장 기한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네요. 이 땅을 살아가는 한 명의 알바 노동자로서 요구합니다.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알바 노동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최저 임금 1만원을 실현해야 합니다.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며 청년을 탓할 게 아니라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준을 높였으면 좋겠습니다. 구창민 기자 kcm2625@
※이 기사는 알바노조 대전충남지부가 11일 유성구 궁동 로데오거리에서 진행된 알바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알바노동자가 외친 발언을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