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문 연 전통시장 청년점포 60% 문 닫아
대전시와 지자체 “더이상 금전적 지원 어려워”
맞춤형 컨설팅과 새로운 대안마련 위해 고민중
창업을 꿈꾸던 청년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10일 오전 찾아간 중구 전통시장 청년점포. 시장 내 청년점포를 홍보하는 플랜카드가 호기롭게 걸려 있지만, 후미진 골목 끝자락의 점포는 사실상 폐가나 다름 없었다.
오픈 시간보다 이른 시간임을 고려해봐도, 점포는 극도의 적막감이 감돌았다. 몇몇 점포 내부는 오랫동안 사람의 흔적을 느끼지 못한 듯 어지럽혀 있고 방치된 고지서에서도 시간의 흔적이 느껴졌다.
“재료 받느라 문을 열어놨는데, 오늘 기자님이 첫 방문자네요. 너무 장사가 안돼요. 작년 문을 막 열었을때는 방송에도 여러번 출연해서 매출도 좋았는데, 몇개월 사이에 상황이 너무 안 좋아졌어요. 저녁 배달장사로 연명하고 있는 셈이죠.”
이 지역 청년점포는 10곳으로 시작했지만 사업 1년 만에 6곳이 폐점했다. 남은 4곳도 열악한 상황, 하루 매출 10만원 조차 넘기기 어렵단다.
중소기업청이 공모한 사업에 대전시가 선정돼 작년 결실을 본 청년점포. 중구 지역 시장 2곳에 각각 3억 2000만원을 투입돼 조성된 지 이제 겨우 1년이다. 리모델링과 6개월 가량의 월세비까지 지원된 대규모 정책사업이었다. 하지만 첫 청년점포 지원은 실패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겨우 1년도 버티지 못했기에 예산낭비라는 지적까지 감수해야 하는 셈이 됐다.
청년점포의 폐점은 후미진 장소도 한몫했다.
청년점포 관계자는 “기존 상점을 지나 골목으로 여러번 들어와야만 청년점포가 보인다. 이곳에 상점이 있는지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으니 장사가 될 턱이 없다. 꿈을 펼쳐보려다가 다들 빚만 지고 나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계약기간이 1년 남았는데 언제까지 문을 열어야 할지 사실 고민”이라고 말했다.
청년점포 창업을 지원한 대전시와 해당 지역구인 중구청은 폐점되고 있는 청년점포의 현실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다만 더이상의 금전적 지원이 불가능해 섣부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시ㆍ구 관계자는 “점포별로 자생력을 갖추고 경쟁력있게 운영됐어야 했는데, 워낙 불경기다보니 이마저도 녹록치 않았다”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전통시장 주변 상인들은 청년점포의 실패원인으로 ‘불경기’를 꼽기도 했다.
옥수수를 판매하던 상인은 “이곳에서 20여 년 버텨온 상인들에게도 올해는 최악의 불경기다. 세월호와 메르스 이후,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지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기존 상인들도 버티지 못하는데 요즘 청년들이 버티기에는 최악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1년도 버티지 못하는 청년들의 얕은 인내심이 지적을 하는 상인도 더러 있었다.
대전시는 청년점포에 다양한 컨셉을 결합해보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 중앙시장에 문을 연 야구장 컨셉의 청년몰 ‘청년구단’이 대표적인 예다. 결국 지역 환경에 맞는 특색있는 상생안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시 관계자는 “청년점포 폐점은 단순히 청년창업가들의 문제가 아니다. 시장 전체가 살아나야 한다. 폐점 숫자로 청년점포의 성패를 단정 지을 수 없고 현재는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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