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에겐 희소식으로, 기업엔 불만으로 다가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공약 탓이다.
현재 6470원에서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약속이 담겼다. 문 대통령의 말이 지켜지려면 매년 15%씩 인상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은 건 분명하다. 최저임금이 오르는 걸 반대하자는 소리가 아니다. 기업의 현실을 보고 그에 따른 인상률을 고민하잔 소리다. 대전만 하더라도 기업이 살기 좋은 도시가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가 지역 기업 26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중소기업건강도지수를 보면 이달 전망은 85.6이다. 기준치(100)를 전후로 상황이 좋다 나쁘다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85.6은 기준치를 한참 밑도는 수치다.
지역 제조업들의 공장가동률도 최저다. 통상 80% 이상 가동 때 정상적이라고 판단하는데, 이달은 70선이 붕괴된 69.9로 나타났다. 올해 가장 낮은 수치다. 내수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하락에 기업이 경영난에 허덕인다는 걸 보여주는 이정표다.
여기에 기업들의 최대 애로사항은 인건비 상승이 44.7%로 1위를 차지한다. 헌데, 여기서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을 올리잔 정부의 방침은 기업 대표들에게 ‘기업을 경영하지 말란 소리’로 다가온다.
많은 기업인이 이렇게 얘기한다.
“경기부터 살리고 나서 최저임금 인상을 논의했으면 한다”라고 말이다. 국내 기업 중 87.9%가 중소기업 근로자다. 대부분이 중소기업에 일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의 임금이 매년 15%씩 오른다고 가정하면 기업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상황을 예로 들어 기업인들에게 질문하면 “정부가 일자리는 늘리려고 하는데, 임금은 올리자고 한다.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 임금을 올리면 일자리가 확대될 수 있겠냐”고 답한다.
이는 통계로도 나온다. 중소기업 32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년 적용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의견조사에서 기업 절반은 최저임금 고율 인상 시 신규 채용을 줄이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렇듯 섣부른 최저임금 상승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기업인들은 최저임금을 올리는 데 찬성한다. 하지만 그 숫자가 너무 크다고 푸념한다. 지역 경기부터 살리고, 그때 가서 최저임금을 고민해도 늦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쉰다.
정부는 고민이 필요하다. 지역 곳곳의 경제 상황을 살피고, 이에 적합한 최저임금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근로자도, 고용주도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신중한 선택을 기대해본다. 방원기 경제과학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