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의 환자가 뜨겁거나 찬 물을 마실 수 없다며(過敏症) 내원하여 진찰해보니, 작은 찬바람에도 깜짝깜짝 놀랍니다. 대부분 잇몸이 내려앉아 뿌리(齒根)가 드러나고, 심하면 치관과 뿌리가 맞닿는 부위가 칼로 벤 듯 파여져(齒頸部磨耗) 있습니다. 칫솔모가 너무 억세고 끝부분이 날카로운 질 낮은 칫솔과, 힘을 주어 수평방향으로 왕복운동 하는 잘못된 양치 방법이 맞물려, 단단한 법랑질(齒冠)과 부드러운 백아질(齒根)이 만나는 취약 부위를 깎아먹은 결과로 설명합니다. 또한 식후 3분이 지나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음식물 찌꺼기가 발효하여 치태(plaque)를 이루고, 치태는 쉽게 닦이지 않으니까 빡 센 칫솔로 강하게 문질러대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하루 세 번, 식 후 3분 이내에 부드러운 칫솔로 3분 이상씩을 공들여 닦으라는 3·3식 양치 법으로 TBI 교육을 합니다. 쉽고도 가성비 높은 구강 위생관리법입니다.
최근에는 20대나 그 미만에도 과민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치경부가 깎이는 원인도 새로운 설명을 합니다. 음식물 저작을 포함하여 치아에 가해지는 과도한 압력(stress)이 치경부에 쏠리면, 갑옷(?)이 얇은 이곳에 눈에 안 보이는 미세균열이 일어나며, 이것이 누적되면 마치 마모된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질기고 딱딱한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과 잘못된 양치방법이 계속되면 마모가 가속되면서 신경이 자극을 받아 치수염(과민증·통증)을 일으키고, 심하면 치아가 부러지거나 신경 괴사와 치근단 염증으로 치아를 뽑게(拔齒)됩니다. 고3병은 옛말이고 이제는 중2가 제일 무섭다고 합니다. 사춘기·진학 같은 어려운 문제를 두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이는 곧 물리적 스트레스로 이어집니다. 평소에는 상하 치아가 약간 떨어져 편안하게 쉬어야함에도 불구하고(resting position), 자신도 모르게 치아를 악물고 심지어 수면 중에 이를 갈아, 몇 배의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결과적으로 위에서 말한 치경 부 마모와 치조골의 병적인 흡수가 일어납니다.
마모로 인한 치경부 과민증 치료는 불소용액을 이용한 지각둔마로 시작합니다. 마모로 노출된 치골모세포(odontoblast)를 달래어 일종의 피막형성을 유도합니다. 2, 3회 치료로 효과가 있으면 마모된 부분을 레진으로 수복하여 치료를 끝내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소위 신경치료를 하게 됩니다. 신경치료는 근관의 형태나 염증의 정도에 따라 치료일자가 다양한데, 일단 시작을 했으면 중단 없이 끝까지 치료를 받아야 하고, 끝난 뒤에는 금관(crown)으로 보호해주어야 합니다. 일단 치아의 허리가 깎여있는 데다가, 혈관을 잃은 치질은 시간이 갈수록 유기질을 잃어, 더욱 더 깨지기 쉬운(brittle) 까닭입니다. 이런 치료야말로 가성비가 매우 높습니다.
자칫 시기를 놓쳐 치아를 잃는 경우 고통과 장기간의 불편과 몇 배의 비용이 드는 브릿지나 임플랜트 치료를 받아야하고, 노후의 건강 특히 치매는 치아 잔존율과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레진 수복도 고탄성 고품격의 레진을 추천하며, 신경치료 후에 파절예방을 위한 금관 보철은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합니다. 작은 비용으로 높은 성능을 기대하는, 미래를 위한 현명한 투자이기 때문입니다.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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