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송경호 교수 |
약물 치료로 충분히 흉통을 낫게 할 수 있어
40대 직장인 박모씨는 최근들어 자주 목이 쉬고 가래가 낀 것처럼 칼칼해지면서 기침도 심해졌다. 잦은 술자리와 스트레스 때문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증상이 점점 심해져 가슴까지 쓰리기 시작했다. 병원을 찾은 박씨는 ‘위식도 역류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위식도 역류질환에 대해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송경호 교수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봤다.
▲가슴통증 = 가슴이 답답하거나 통증이 있을 때 사람들은 심장질환이 아닌가 걱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의외로 소화기에 이상이 생겨 가슴통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협심증과 심근경색 같은 심장질환은 생명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이상이 있을 경우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지만, 진찰 후 심장에 이상이 없다고 판정받았다면 소화기내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심장질환에 의한 흉통은 대개 가슴 한복판이 2분 이상 짓누르거나 옥죄듯 아프며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편해지고, 팔이나 목, 턱으로 통증이 같이 오기도 하고 숨찬 증세나 식은땀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소화기 이상에 의한 통증은 가슴 한복판이 쓰리고 답답하거나 이물감이 느껴지고 쓴 느낌의 트림이나 신물 오름을 느끼기도 한다. 증세가 두 세시간 이상 지속되기도 하며, 움직임과 관련이 없고 식후나 누운 자세에서 통증이 심해지고 물을 마시거나 제산제 등을 복용하면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사람이 느끼는 증세만으로 이 둘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요한다.
▲위식도 역류질환 = 식도는 심장 뒤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입에서 씹은 음식이 배로 전달되도록 입과 배를 연결하는 소화기관이다. 식도의 끝자락에는 조임 근육(하부식도 괄약근)이 있어서, 음식물이 위장으로 들어갈 때에 열리게 되고 평소에는 닫혀 있도록 조절해 준다. 이 조임 근육이 열리는 시간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지거나, 조임 근육 주변의 모양에 변형이 오거나, 뱃살이 쪄서 그 압력으로 쉽게 조임 근육이 잘 열리게 되거나, 침이 적게 분비돼 역류된 것을 중화시키지 못하거나 하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즉, 쓴 위장 내용물이 열린 조임 근을 통해 식도로 거꾸로 역류하게 되면서 식도가 예민해지고 가슴이 불편해지거나 이물감을 느낀다. 때로는 목이 불편해서 갑상선질환이 아닌지 검사를 받는 환자도 생긴다.
이런 불편한 증상이 생기면 위식도 역류질환으로 진단하며, 흔히 ‘식도염’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또 다른 비심인성 흉통의 흔한 원인은 근골격계 질환이다. 근골격계는 뼈와 근육조직을 일컫는다. 가슴에도 여러 개의 뼈와 근육들이 연결돼 있다. 가슴의 근골격계가 기침, 운동, 나쁜 자세, 집안 일, 전신 근골격계 질환 등으로 무리를 하게 되면 반복적인 통증이 오래도록 있을 수 있다.
▲진단 = 위식도 역류질환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검사가 필요하다. 첫 번째로 위내시경을 통해 식도와 위의 모양을 관찰할 수 있다. 이 결과 식도에 상처들이 있다면 위식도 역류질환으로 진단하기 쉽다. 하지만 위식도 역류질환의 과반수는 내시경 결과가 정상이므로 내시경 결과가 괜찮더라도 위식도 역류질환이 아니라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치료 경과에 따라 식도 산도검사를 필요로 한다. 음식물을 삼키는 데에 불편함이 있다면 식도 내압검사와 같은 정밀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심장초음파, 심전도, 혈액검사, 흉부엑스선 사진을 통해 심폐질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때로는 담석이 흉통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식도염으로 오인될 수 있다.
▲치료 = 치료의 근간은 약물이다. 약물 치료로 충분히 흉통을 낫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식도기능이나 모양을 근원적으로 정상으로 돌릴 수는 없기 때문에 완치가 아닌 반복적인 관리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치료의 근간이 되는 양성자 펌프 억제제(위산 억제제)는 공복에 복용해야 효과가 좋다.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액체 현탁액은 효과는 빠르지만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 약을 끊은 후에 재발을 경험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는 대개 수개월 이상의 장기간의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위장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위장운동 촉진제를 함께 복용하기도 한다. 때로는 약 효과를 위해서 의료보험 기준보다 많은 양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근·골격계 질환이라면 물리치료나 주사치료를 요할 수도 있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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