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완성의 이면엔 부동산 장터 이미지 부각돼
치솟는 호가에 이제는 공인중개사들도 ‘미쳤다’혀 내둘러
“어제 펜트하우스가 13억원으로 구두 계약됐습니다. 조만간 거래될 듯합니다.”
지난 7일 세종시 보람동 한 공인중개사는 자신이 맡아두고 있었던 A 아파트 펜트하우스가 다른 공인중개사를 통해 중개되는 것을 알게됐다. 부랴부랴 내용을 파악한 끝에 167㎡에 달하는 이 펜트하우스(복층)는 지난 6일 당초 호가였던 14억원보다는 1억원 낮은 가격인 13억원에 거래하기로 구두계약된 상태였다. 당초 분양가 대비 2.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동안에도 부동산업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이 펜트하우스에 대해서는 공인중개사가 얻어낼 수 있는 중개수수료는 2300여만원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수도 완성, 국회 분원 이전, 정부3청사 이전, 기업 투자 및 이전, 백화점 입점 등 중심 상권 활성화 등의 호재가 세종시 부동산 시장을 들끓게 하고 있다.
9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세종지역의 지난해 하반기 대비 상반기 주택가격(아파트) 변동률은 1.29%로 서울(1.53%), 부산(1.52%)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기반시설이 확충되면서 정주여건이 향상되고 있으며 지속적인 공급과잉 우려 속에서도 대전에서의 인구 유입이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도록 한다는 평가다.
더구나 지가변동률에서도 세종은 전국에서 2번째로 높다.
올해 1분기(1~3월) 누적기준으로 보면, 제주가 1.24%였으며 곧바로 세종이 1.23%를 보였다.
세종지역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각종 호재가 한 몫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정부의 11.3 대책과 6.19대책이 세종지역 부동산 시장의 활황세를 저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도 그럴 것이 정부가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6억원 이상의 고가의 주택이 아직은 상대적으로 적을 뿐더러 정부의 불법 거래 단속 등이 이어지면서 세종지역 부동산업계 역시 중개 시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어서다.
김관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세종지부장은 “이미 지난 부동산 대책과 검찰 조사 등으로 불법 행위 등이 정리된 상황”이라며 “지역 특성상 나타나는 호재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소유자들 사이에서도 이미 올해 초부터 매매보다는 보유를 통한 프리미엄 높이기에 기대를 걸고 있어 부동산 시장의 호가가 치솟는 형국이다.
공인중개사들 역시도 일부 매물의 터무니없는 호가에 혀를 내두르는 모습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세종에서도 일부 부동산 가격이 미친 것 같다”며 “거래는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인중개사들 역시 수수료 프리미엄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전문가들은 세종지역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또다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수도권 중심으로 기획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보유세 강화에 대한 얘기도 나오긴 하지만 세종에는 큰 영향이 없다보니 향후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목표 앞에 세종시가 부동산 장터 이미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행정수도 등 호재 영향으로 변동폭이 커진 세종지역에 대해 정부도 지켜보는 중”이라며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