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희(음악평론가, 백석문화대교수) |
지난 1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국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첫 내한연주가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대전예당의 2017 그랜드시즌 세계의 오케스트라 초청공연 두 번째 무대로 선택된 스트라스부르 오케스트라는 지리적으로 프랑스와 독일의 경계선에 자리잡은 오케스트라가 양쪽의 음악적 특성을 어떻게 조화롭게 버무려 베를리오즈 음악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프랑스 작곡가 베를리오즈의 해적서곡을 시작으로 차이콥스키 바이올린협주곡을 거쳐 다시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으로 마무리된 레퍼토리에는 낭만의 기운이 농후하게 배어있다. 특히 폭풍우 치거나 고요하게 움직이는 바다의 변화무쌍한 이미지를 대조적으로 그린 해적서곡은 주제가 등장할 때마다 울긋불긋 색깔의 옷을 덧입고 나타나는 느낌을 준다. 지휘자 레토냐(Letonja)는 밝은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역동적이기보다 상대적으로 차분한 흐름으로 서곡의 화려한 분위기를 끌고 갔다.
이어서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과 호흡을 맞춘 오케스트라는 신중하고 세심하게 독주자를 맞춰주었다. 강동석이 누구인가. 그만큼 음색을 세련되고 아름답게 소리낼 수 있는 바이올린 연주자도 드물다. 그런 강동석이 연주하는 차이콥스키 협주곡은 요즘 젊은 연주자들이 내세우는 강렬한 파워가 뒷받침된 불꽃깥은 화려함은 없었지만, 차이콥스키 음악에 내재된 짙은 서정성을 끄집어내 감동을 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충분히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던 1악장 연주는 2악장의 섬세한 감정표현으로 상쇄됐으며, 강동석의 장기인 부드럽지만 예리한 울림은 3악장에 이르러 그 진가를 발휘했다.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은 스트라스부르 오케스트라의 진면목을 파악할 수 있는 작품이다. 꿈, 춤, 죽음, 열정이 환상적으로 펼쳐진 환상교향곡에는 베토벤 교향곡의 웅장함을 바탕으로 악기의 음색이 음악을 표현하는 새로운 도구라는 프랑스적인 울림으로 프랑스와 독일음악의 경계를 넘나든다. 레토냐의 지휘스타일은 안정적이고 현악기 역량은 수준급이었지만, 환상교향곡의 개성을 파격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안정적인 정석의 연주법을 선택했다.
따라서 스트라스부르 국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내세우듯 프랑스와 독일 두 나라의 특징을 고루 갖추었다는 것은 최대의 장점이자 동시에 극복해야 할 단점이 된다. 독일의 견고한 울림과 프랑스의 섬세한 음색을 완벽하게 들려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단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베를리오즈 음악의 개성있는 음색을 전달하고자 했던 시도는 상당히 의미가 있었고, 관객이 그 독특한 울림을 느꼈기에 감동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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