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 글·그림/평화를 품은 책/2017-
올해 5월의 광주는 예년과 달랐다. 대통령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제창하고, 유족들을 위로하고, 열사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다. 5월 광주는 다시는 훼손되어선 안 되는 우리의 정신이고, 우리의 역사임을 느끼게 하는 가슴 벅찬 날이었다.
이런 5·18정신과 역사를 아이들에게 전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홍성담 화백의 그림책 ‘운동화 비행기’는 15장의 페이지마다 그림과 함께 짧은 글로 그날의 아픔을 담아내고 있다. 1980년 5월의 광주를 온몸으로 겪은 화가는 민주화항쟁 기간에 광주에서 벌어진 일들을 꾸준히 작품에 담아내, 광주의 진실과 신군부의 만행을 알려온 작가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자칫 날카롭게 전달될까 우려한 화가는 그날의 참상 보다는 총칼에 맞서 서로 손잡고 가진 것을 나누었던 대동정신을 전달하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그림 중 몇몇 장면을 흰 물감으로 슬쩍 덧칠해 강한 형상을 덜어내도록 연출한 것도 그런 까닭이다.
책은 9살의 주인공인 ‘정새날’의 눈으로 그날의 광주를 그려내고 있다. 특히 새날이의 죽음은 1980년 ‘송암동 학살’의 피해자 고 방광범 군과 고 전재수 군이 친구들과 놀다가 계엄군에 죽임을 당한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새날이가 탄 운동화 비행기는 자신이 죽음을 당했던 그날로 다시 날아가는데, 그곳에서 본 것은 대자보를 쓰고, 밥을 나누고, 부상자를 간호하며 마음을 나누며 도시를 지켜낸 사람들이었다.
37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광주는 아직까지도 지금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민주적 가치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지금, 다시 한 번 새날이와 함께 운동화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를 시간이다.
▲저자 홍성담은 조선대 미술과를 졸업,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광주오월민중항쟁 연작판화 ‘새벽’, 환경생태 연작그림 ‘나무물고기’, 동아시아의 국가주의에 관한 연작그림 ‘야스쿠니의 미망’, 국가폭력에 관한 연작그림 ‘유신의 초상’, 세월호학살 연작그림 ‘들숨 날숨’등이 있다. 1990년 ‘함부르그 인권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국제엠네스티의 ‘올해의 3대 양심수’로 선정됐으며 2014년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 폴리시’가 선정하는 세계를 뒤흔든 100인의 사상가(THINKER)에 이름을 올렸다.
현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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