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영원한 영화人' 대전아트시네마 강민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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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영원한 영화人' 대전아트시네마 강민구 대표

  • 승인 2017-07-06 10:02
  • 신문게재 2017-07-07 12면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 대전아트시네마 강민구 대표
▲ 대전아트시네마 강민구 대표

대전아트시네마(대표 강민구)가 요즘 관객들로 크게 북적인다.

영화산업 생태계의 논란을 일으킨 영화 <옥자>를 대전에서 유일하게 상영하면서다. 강민구 대표는 “지난달 29일부터 상영을 시작했는데 회당 관객이 100명가량 몰려서 요즘은 정말 눈 코 뜰새 없이 바쁘네요”라면서 “나이든 어르신들도 꽤 오시는데 옛날 극장 모습을 보시면서 향수에 젖기도 하시더라구요”고도 했다.

대전아트시네마(이하 아트시네마)는 CGV아트하우스 같은 프랜차이즈가 아닌 비주류 영화들을 상영하는 지역의 유일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다.

독립·예술영화는 상업성과 대중성을 떠나 창작자의 의도나 미적 감각 등에 중점을 두는 영화를 말한다. 일명 인디영화, 다양성 영화라고도 한다.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은 관객의 선택권과 영화의 폭을 높여주지만 그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도 동반하게 된다.

대전역과 목척교 사이에 위치한 아트시네마는 도로변 건물 3층 옛 동보극장이 있던 곳을 리모델링해 운영하고 있다.

상영관 내부 좌석, 기구 등 동보극장의 시설들을 그대로 옮겨 써 낡고 오래된 것들이 많다. 그만큼 관람환경도 멀티플렉스에 비해 열악할 수밖에 없지만, 나름의 매력도 있다.

▲복고풍 카페같은 분위기의 대전아트시네마 내부 전경.
▲복고풍 카페같은 분위기의 대전아트시네마 내부 전경.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영화관 내부는 복고풍 카페에 온 듯 지나온 세월과 많은 이야기들이 속삭이고 있는 듯하다.

한 쪽에 마련된 티켓창구에는 긴 탁자와 여러 개의 의자가 놓여있어 간단히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다. 그 뒤로 DVD와 책들이 빽빽이 꽂힌 책장이 있고, 창구 옆쪽에는 상영을 기다리며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있어 언뜻 북카페 같은 분위기도 풍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네마테크대전’에서 활동해 온 강 대표는 시네마테크 영화제를 하면서 지역에서 상영관을 구하기가 어려워 직접 극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대전 서구 월평동의 옛 선사시네마에서 상영관 하나를 임대해서 출발했어요. 그런데 1년만에 해당 건물에 노인병원이 들어서면서 지금의 이곳으로 옮겨오게 된거죠”

하지만 지역에서 소극장을 운영하기란 그리 녹록치 않다고 한다. 한국의 극장산업은 CGV,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대 멀트플렉스가 시장의 95%이상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 “이번에 넷플릭스하고 멀티플렉스하고 기싸움 하느라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이곳에서도 틀게 됐지만, 사실 이 경우에도 우리 쪽 결정권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대형배급사 영화인데도 워낙 상영할 데가 없다보니 이쪽에 상영을 허락한 거죠. 그거 아니면 그 배급사하고 일할 기회도 없어요”

영화산업에서의 알려지지 않은 대기업 횡포도 비일비재 하단다. “<옥자> 논란은 봉준호 감독이기 때문에 크게 이슈화가 돼서 표면에 드러난 거지, 드러나지 않은 일들이 더 많아요. 얼마 전에 개봉한 대립군도 개봉 일주일 만에 내리고…. 멀티플렉스들은 대부분 영화 개봉 첫 주 차 스코어를 보고 계속 상영할지 말지를 결정해요(이를 두고 강 대표는 ‘퐁당퐁당’이라고 표현했다). 관객몰이가 안된다 싶으면 가차없이 내리고. 그런 일들 때문에 속상해 하는 감독들이 많아요.”

소극장들 또한 마찬가지다. “상업영화를 배급받으려면 대기업 눈치를 볼수 밖에 없죠. 예전에 극장을 운영했던 사람들 얘기론 대기업이 배급라인을 다 잡아놓고 필름을 안줬다는 얘기도 있었어요. 한마디로 영화를 안줘서 문을 닫았단 얘기죠”

강 대표는 소극장들이 사라져가는 원인으로 대기업의 심각한 독과점과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된 극장관련법을 꼽았다. “예전에는 ‘읍‘ 정도면 극장 하나씩 다 있었는데 멀티플렉스가 생기면서 다 없어졌어요. 마치 대형마트 때문에 동네슈퍼들이 사라지듯이. 지금은 극장관련법들이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돼 소극장 하나 차리려고 해도 더 힘들어졌어요. 그러면서 나온 정책이 작은 영화관인데, 그것도 좋지만 실제적으로 지역의 소극장을 살리는 정책이 필요해요”

강 대표는 극장 운영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영화도 만들었다. 독립영화인 <극장전 파트1-꽃의 왈츠>는 강 대표가 감독, 각본, 촬영, 출연까지 했다. “2015년에 개관 10주년이 됐는데, 그 기념으로 영화 한편 만들어서 상영도 하고 했었죠. 지금은 ‘여기자‘를 소재로 두 번째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극장 운영자로, 영화 감독으로,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 얘기를 주고받는 내내 반짝이는 강 대표의 눈빛에는 영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지극한 애정이 묻어났다.

▲ 대전아트시네마 내부 전경.
▲ 대전아트시네마 내부 전경.

한편 아트시네마는 제70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주목을 받았던 홍상수 감독의 21번째 장편영화 <그 후>를 6일부터 상영한다. 또 <들꽃>, <스틸 플라워>에 이은 박석영 감독의 ‘꽃 3부작’의 마지막 편인 정하담 출연의 영화 <재꽃>과,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동우 감독의 하드코어 펑크 다큐멘터리 <노후 대책 없다>도 같은 날 개봉해 상영한다.

글=현옥란·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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