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자치구마다 검사항목·가격도 제각각
대전에 거주하는 A(30ㆍ여)씨는 지난 2월 기분 나쁜 일을 겪었다. 산전검사를 받기 위해 서구보건소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갖기 전 기본적인 검사를 하려했던 A씨는 1시간가량을 기다려 검사 접수를 하려다 본인이 알고 있던 검사비용과 달라 놀랐다. 임산부에게는 1100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검사를 제공하지만 임신준비자는 그 혜택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타 도시에 살고 있는 친구의 말을 듣고 보건소를 찾은 A씨는 지자체별 혜택 대상자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데 아이를 낳겠다는 예비엄마가 출생률이 높은 지자체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보건소 산전검사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출산율 감소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야할 지자체가 임신준비자를 위한 산전검사 혜택에 인색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대전시와 보건소 등에 따르면 현재 보건소는 임산부를 위해 기본적인 산전검사를 1100원에 제공한다. 5개 구 보건소마다 검사 항목에는 차이가 있지만, 임산부는 빈혈, 혈액형, 소변, 매독, 에이즈 등 최소 5~8가지 검사를 진료비 1100원에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을 계획하는 임신 준비자의 경우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일반인과 같은 수준으로 검사 항목별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인구 감소 문제에 부딪히면서 지자체마다 출산율 증가를 위한 각종 지원 정책을 펴는 가운데 일부 지자체에선 임신준비자에게도 산전검사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신혼부부가 함께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대전 서구보건소도 신혼부부 무료 건강검진제를 실시했으나 지난해 서비스를 종료했다. 일반 건강검진과 차이가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게 이유다.
지역 산전검사 혜택이 자치구 보건소마다 제각각인 것도 검사 이용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원칙적으로 전국 어느 보건소에서나 산전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돼 있지만, 동구보건소의 경우 검사 항목 중 하나인 풍진검사를 동구 거주자에 한정하고 있다. 또 타 보건소에선 간기능 2종, B형간염, 혈당 검사를 포함해 8가지가 기본 검사 항목에 포함돼 있는데 반해 동구보건소는 5가지 항목만 포함됐다.
일선 보건소에서는 검사 대상자가 확대되면 현재의 인력과 장비 시스템에 한계가 생길 것을 우려한다. 현재도 보건소마다 갑상선과 풍진항체 검사 실시 여부가 달라 특정 보건소로 더 많은 민원인이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산전검사 대상자 확대는 자치구 보건소에서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다 궁극적으로 개선돼야 할 점은 임신을 희망하는 사람 누구나 겪는 과정인 만큼 국가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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