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슈퍼가 사라지고 있다.
어린아이들의 참새 방앗간이었고, 자잘한 생필품 전부를 구매할 수 있었던 만물상,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이었던 슈퍼는 어느새 추억속에만 머무는 공간이 됐다.
“새 상품 진열보다는 재고물품 정리하는 게 오히려 일이야.”
점심 무렵 방문했던 대흥동 인근의 슈퍼. 주인 할머니의 한숨 섞인 한마디는 골목슈퍼의 참혹한 현실을 압축한 넋두리였다. 간혹 찾아오는 손님들은 겨우 담배, 물, 아이스크림 등 5000원 미만의 소액결제가 대부분. 그나마 반가운 기색도 없이 물건만 사고 슈퍼를 떠나는 손님들이 허다했다.
골목슈퍼의 몰락은 대형마트가 도시 전반에 자리잡으면서다. 소상공인들이 목소리 높여 대형마트의 확장을 막고자 사활을 걸었지만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은 무의미했다. 경쟁력과 서비스로 등 어느 것 하나 대형마트를 이길 전략이 없었고 결국 완패한 셈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사장 김흥빈)은 골목슈퍼의 자생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중소기업청과 소진공이 지원하고 있는 골목슈퍼인 ‘나들가게’를 중심으로 빅데이터와 위생방제, 점포경영개선, 특화사업을 추진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골목슈퍼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소비자 분석 및 판매예측, 계절과 시간대별 필요상품 구색 마련과 행사, 한발 더 나아가 가성비와 디자인, 스토리가 있는 PB상품 개발을 제안했다. 골목슈퍼지만, 대형마트 수준의 소비자 맞춤형 전략과 대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중구 인근의 골목슈퍼를 찾아다니며 느낀 점은 안타까움이었다. 고령의 점주들이 지키는 슈퍼, 변화보다는 대형마트 공세에 마냥 전의를 상실한 무기력한 모습.
골목슈퍼, 변해야 산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 골목슈퍼를 찾지 않는다.
소진공이 추진하는 나들가게 자생력 강화 정책은 추억 속에 잠든 우리들의 만물상, 사랑방 슈퍼를 되찾아줄지도 모른다. 물론 변화를 체감하기에는 시간이 필요 할테지만, 관망보다는 시도하려는 행동력에 격려를 보낸다. 이해미 경제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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