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수주 위해 일하는 공장 많아
여름휴가를 놓고 대전지역 제조업계 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공장 문을 닫고 전 직원이 휴식에 돌입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물량 수주를 위해 공장 가동을 멈추지 못하는 등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3일 대전지역 제조업계에 따르면 근무환경이 좋은 기업들의 공장은 주말을 포함해 최소 9일부터 최대 12일까지 하계 여름휴가를 즐기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 공장은 제때 휴가를 즐길 수 없다.
우선 선도적인 기업문화로 직원들의 복지에 힘쓰는 한국타이어는 대전공장과 금산공장 셔터를 내리고 직원들에게 완벽한 휴식을 제공한다.
대전공장은 24~28일, 금산공장은 31일부터 내달 4일까지다. 한온시스템 대전공장도 31일부터 4일까지 대전 본사와 서울사무소, 평택공장 등이 단잠에 빠져든다. 두 기업의 휴가엔 연차가 포함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KT&G 대전 신탄진공장은 주말을 포함해 최장 12일을 쉰다.
내달 7~16일 공장 전 직원이 머리를 식힌다. KT&G는 연차 수당이 없어 기업에서 휴가를 독려한다. 전 직원 모두 자신에게 할당된 연차를 사용한다.
KT&G 관계자는 “연차수당을 없애는 한편, 필요한 인력을 신규 일자리 창출로 활용하고 있다”며 “선도적인 기업문화를 통해 직원 복지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역의 다른 제조업 공장들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근무한다.
지역의 A 업체는 공장 문을 닫을 수 없어 2교대로 일한다. 휴가 간 직원들을 대신하기 때문에 업무의 강도가 평소보다 강하다. 이 업체 관계자는 “다른 곳과 비교하면 씁쓸한 면이 있지만, 회사가 어렵다 보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휴가를 간 직원을 대신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전체가 다 쉬는 문화는 부러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지역의 B 업체는 여름철 전력수급 문제로 며칠 간 공장 가동을 멈춘다. 하지만, 기계를 보수해야 하는 상황 탓에 쉬지 못하고 출근 도장을 찍는다. C 업체도 교대 근무를 할 뿐 공장 전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은 꿈만 같다. 지정된 날짜에 맞춰 물량을 소화하려면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도 지속적으로 일해야 한다.
여름 정기휴가는 있지만, 지속적인 공장 가동에 따라 주말을 포함해 4일가량밖에 쉬지 못하기도 한다.
이 제조업체 관계자는 “올여름 휴가도 며칠은 반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남들 쉴 때 일해야 하는 상대적 박탈감이 든다”고 푸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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