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3명 집행유예형서 벌금형으로
지난해 세종시 아파트 불법 전매 사건에 대한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기소했지만, 정작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문재인 정권 이후 전국 최고의 부동산 인상률을 기록하며 투기의 대명사가 되고 있던 세종시의 변화가 예고됐으나, 낮은 처벌 수위로 불법 전매 근절까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대전지검은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 전매 등 부동산 투기사범에 대한 집중 수사를 벌여 부동산업자 등 13명을 구속하고 187명을 불구속하는 등 200명을 기소했다. 그중에 공무원 40여명이 포함돼 있어 부동산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대전지법 형사6단독은 최근 주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용노동부 소속 공무원 A(50·여)씨에 대해 벌금 3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12년 6월 20일 세종시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전매 제한이 걸린 세종의 모 아파트를 프리미엄 4700만원에 전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A씨가 입주자로 선정된 지위를 양도한 시기가 전매제한 기간 만료 3일 전이었다는 점을 이유로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또 A씨가 직렬전환 시험에 합격해 다른 지역으로 신규 임용됨으로써 세종시 이전 대상에서 제외돼 입주자로 선정된 지위를 양도하게 된 점도 선고유예의 또 다른 이유로 봤다.
공인중개사들도 항소심에서 잇따라 감형됐다.
대전지법 제3형사부는 최근 불법 전매를 알선한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 3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각 징역 8~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800만~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세종시에서 공인중개사로 활동하며 수차례에 걸쳐 아파트 분양권 불법 전매를 알선하고 수수료를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중개사 자격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형을 낮춰줬다.
대전지법 제3형사부는 또 불법 전매를 알선한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 B(47·여)씨에 대한 항소심에서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주택 시장의 질서를 교란하는 것이어서 죄질이 좋지 못하고 범행 횟수나 범행으로 취득한 이익도 작지 않지만, 피고인이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자격을 상실할 수 있어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세종시는 불법 부동산 거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을 받았을 때 부동산중개업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국토부에 건의키로 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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