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대전시티즌의 전성기를 빛냈던 레전드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대전월드컵경기장이 들썩였고, 올 시즌 리그 평균 홈 관중 수에 약 6배에 달하는 2만명의 팬들이 환호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과 함께 펼쳐진 레전드들의 발 재간과 패스에 팬들은 대전의 전성기를 다시금 떠올렸다. 지난 30일 오후 중도일보 주최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11회 이츠대전 국제축구대회’를 기념한 이벤트 매치에서다. 김은중과 김정수, 김태완, 이관우, 이창엽, 장철우, 주승진 등.
은퇴한 지 짧게는 1년여, 길게는 10년이상 지났지만 여전히 기량은 출중했다.
현역으로 뛰었던 홈 구장인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레전드들은 15년 전으로 돌아갔다.
연애인이 주축인 회오리 축구단과의 이벤트 경기였지만, 레전드들은 열정적으로 뛰었다. 발을 맞췄던 감각은 여전했고, 잇단 패스에 되려 회오리 축구단의 수비진이 헐떡였을 정도였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역시 영원한 샤프 김은중과 시리우스 이관우였다. 김은중은 해트트릭(3골), 이관우는 2골을 각각 기록하며 녹슬지 않은 골감각을 선보였다. 두 선수는 회오리 축구단의 집중 견제에도 가벼운 몸놀림으로 골대 앞으로 파고들었고, 정확하고 때론 대포알같은 강슛으로 골망을 가르며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특히 후반 종료시간이 다 되어갈 즈음 이관우가 회오리 축구단의 골키퍼가 나와있는 것을 보고 노린 중거리 슛의 성공에 팬들은 열광했다.
팬들은 과거 레전드들이 현역이었을 당시 FA컵 등에서 시티즌이 보여줬던 명승부를 회상하며 선수들의 이름을 연신 호명했다.
회오리 축구단도 지지않겠다는 각오가 묻어났다. 별다른 위협을 보여주지 못했던 전반과 달리 후반에는 골키퍼를 맡은 제제 코치를 화들짝 놀라게 할 만큼 골대를 맞추는 슛팅이 나왔고, 코너킥에서 골문 상단 구석을 노린 헤딩슛도 이어졌다. 결국 회오리 축구단은 안이연 선수가 시티즌 레전드 수비 두명을 앞에 둔 채 때린 중거리 슛으로 만회골을 기록했다.
경기는 5대 1로 레전드 팀의 압승으로 끝났지만, 양 팀은 서로 악수와 포옹으로 마무리했다. 회오리 축구단은 레전드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팬들도 레전드들에게 박수로 옛 추억을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데 감사함을 드러냈다. 회오리 축구단 소속 방송인 조영구씨는 “저희 팀이 연애인들 중에서는 잘 하는 팀인데 시티즌 레전드 선수들 실력이 아직 현역으로 뛰셔도 될 만큼 뛰어나셨다”며 “즐거웠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랜 만에 동료들과 한 팀에서 뛴 이관우 선수는 기자와 만나 “그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형도 있었는데 (대회를 통해) 오랜만에 만나 소통할 수 있었고, 대전에서 뛸 때 얘기를 하며 추억한 시간이 됐다”면서 “수원으로 이적할 때 마지막 경기를 뛰지 못하고 갔는데, 연애인 팀과의 경기였지만 팬들께 인사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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