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급식조리원 권리 주장도 좋지만, 아이들 건강도 신경 써줬으면”
▲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일부 학교의 급식이 중단된 29일 대전 중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급식조리원 등으로 구성된 전국 학교비정규직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29일 오전 11시 대전 중구의 한 초등학교.
오전 11시 20분부터 시작되는 점심시간을 앞두고 도시락을 든 학부모들이 정문을 통과하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은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따뜻한 밥을 먹이기 위해 점심시간에 맞춰 학교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2ㆍ4ㆍ6학년 자녀를 둔 유 모(42ㆍ중구) 씨는 “따뜻한 밥을 먹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무더운 날씨에 혹시나 음식이 상할까 점심시간에 맞춰 학교를 방문했다”며 “이마저도 해줄 수 없는 맞벌이 부부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같은 학부모로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학부모들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점심시간을 11시 20분으로 약 1시간 정도 앞당겼으며, 앞당겨진 점심시간으로 인해 학생들이 오후에 배가 고프지 않도록 간식을 준비했다. 또 학생들이 싸온 도시락이 무더운 날씨에 변질되는 것을 염려해 오전 9시부터 에어컨을 가동하는 등 총력을 기울였다.
이날 학생들은 대부분 김밥이나 유부초밥, 김치볶음밥 등을 도시락으로 준비했다.
1학년 교실에서 만난 한 학생은 “급식실에서 먹지 않고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먹으니 더 좋았다”며 “무거운 도시락을 들고 오는 것이 힘들었다. 맨날 이렇게 먹는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6학년 학생들도 마찬가지 였다. 학생들은 “하루정도는 교실에서 먹으니까 좋지만, 엄마가 힘들기 때문에 맨날 도시락을 싸오는 것은 힘들 것 같다”며 “재료비도 들어가고 급식실에서 먹는게 더 좋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 학교 담임교사는 “저학년은 반찬으로 인한 위화감이 없는데, 고학년은 위화감 등으로 인한 걱정이 앞선다”며 “날씨가 무더워 도시락 변질로 인한 학생들의 건강이 가장 걱정된다. 큰 문제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학교에서 도시락을 지참하지 못한 학생은 1명으로 조사됐으며, 학교는 이 학생이 상처 받지 않도록 담임이 싸온 도시락을 나눠 먹는 등 최대한 배려했다.
이 학교 교감은 “학생들이 상처 받지 않도록 최대한 비밀리에 조사했다”며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한 학생이 많을 경우를 대비해 미리 대책을 세웠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전 지역은 총 297교 중 30교, 세종 112교 중 99교, 충남 795교 중 120교가 급식에 차질을 빚었다.
정성직 기자 noa7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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