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이류 온천 가족탕에서 바라본 하늘 |
초밥 라멘 함바그... 맛있는 먹거리 풍성
인천공항과 1시간 거리 가깝고 부담없어
시간이 빠듯하다면 시내 인근 온천 추천
하늘.바람 느끼며 즐기는 노천욕 피로날려
후쿠오카는 인천에서 대략 1시간 20분 거리, 인천국제공항과는 다른 한적한 분위기의 후쿠오카 국제공항에 잠깐 졸다보면 어느새 도착이다.
후쿠오카에 간다고 하니 어느 지인의 “부산처럼 갔다오는 곳이지~”라고 했던 말이 도착하고 나서 실감이 났다. 말이 일본이지 너무 가까워 제주도에 왔나 생각이 들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공항에서부터 식당까지 한국말 안내와 메뉴판이 아주 잘 되어 있다.
일본 규슈[九州] 북부에 있는 후쿠오카는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깝고 기온이 온화해 4계절 내내 여행하기 좋은 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 관광객들이 정말 많다. 잘 몰라서 “뭐지 뭐지“하고 있으면 옆에서 어느새 한국말로 친절하게 알려주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만큼 어렵지 않고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도시다.
▲ 하카타역 전경 |
일본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놀라운 것은 승객이 내릴 때까지 요금계산이 오래 걸려도 누구하나 뭐라 하지 않고 끝까지 기다려주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버스에서도 떠드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학생들도 떠들지 않는다. 공공장소에서의 매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고 지키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는 듯 했다.
사실 한국에서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날을 손에 꼽는다. 그런데 후쿠오카는 버스여행을 하기에 너무 편하게 잘 되어있다. 일단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구글 지도에 찍으면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버스 노선번호가 나온다. 어느 정류장에서 타야하며 몇 번째 정류장에서 내려야하는지 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어 검색만 잘한다면 어렵지 않다.
후쿠오카의 모든 교통의 시작은 하카타역이다. 숙소를 이곳으로 잡은 이유이기도 했다. 주변에 대형 백화점과 상가가 밀집되어 쇼핑을 즐기기에도 좋고 JR이 지나가는 기차역, 나가사키 등 근교로 이어지는 버스터미널도 기차역 바로 옆에 위치해 이동하기 편리하다.
▲ 탱탱한 맛이 일품인 어묵우동 |
▲ 온천후 더욱 시원하게 느껴지는 나마비루(생맥주) |
일정 중 이틀을 온천에 할애했다. 어린 아이 두 녀석과 동반한 여행이라 몇 시간 거리의 온천은 부담되어 인근 온천중 가족탕이 있는 곳을 찾아가기로 했다.
둘째날 아침부터 버스를 타고 오하시역이라는 정류장에 내려 그곳에서 ‘세이류’라는 온천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산속으로... 산속으로 들어갔다. 하카타에서 45분쯤 걸리는 곳이다. 일찍 준비하고 나온 덕분에 가족탕 이용이 가능하단다. 5개 정도 밖에 있지 않아 다른 손님이 있다면 기다려야 한다. 바람에 부딪히는 풀잎소리와 하늘을 쳐다보며 아이들과 노천온천을 즐기고 있자니 일상의 피로와 짜증, 그런 것들이 언제 있었기나 했었냐는듯 녹아드는 기분이었다.
한시간 반 정도 아이들과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고 나와 카운터 뒤쪽으로 마련된 식당에서 조금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음식 이름들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이들이 정신없이 먹으며 “맛있다”를 연발하고 소스가 부족해서 아쉽다는 말까지... 온천 후 먹는 밥은 핵꿀맛!
▲ 후쿠오카 타워 |
배를 든든하게 채운 우리는 후쿠오카 타워로 가는 버스를 탔다. 후쿠오카 타워는 높이 234m로 일본의 해변가에 세워진 타워 중 가장 높다고 한다. 후쿠오카 타워는 이곳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방송국 송신탑 용도로 쓰이고 있다. 1층 매표소에서 티켓을 사고 유리로 만들어진 엘리베이터를 타면 70초 만에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 전망대층은 360도로 탁 트인 시야를 자랑하며, 인공해변으로 유명한 모모치 해변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아직 어두워지기 전에 방문한 탓에 야경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가능하다면 밤에 방문하길 추천한다.
전날 가족탕에 반한 우리는 다음날도 블로그 검색으로 하카타항 인근의 온천을 찾아가기로 한다. 그런데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날씨 탓에 징징댈 것 같은 아이들은 포켓몬센터에서 장난감으로 일단 달래고 하카타항으로 가는 99번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갔다. 내리자마자 정류장 맞은 편에 바로 보인다. 빗소리를 들으며 즐기는 노천온천. 천장에 나무로 가림막이 되어있어 비오는 날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이렇게 날씨까지 도와줄 수가 있나.
물론 초밥이며 라멘 등 맛있는 먹거리는 말할 것도 없지만 무엇보다 ‘일상의 피곤함’을 날려준 후쿠오카 온천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도 계속 맴돈다. 또 후쿠오카는 도쿄나 오사카처럼 북적거림, 화려함은 없지만 버스에서 항상 나를 맞아준 ‘빈자리’ 같은 여유를 느끼게 해준 도시다.
원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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