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출 빨라 목돈 모을 가능성 높고
현장 발각 시 물리적 제압 용이
최근 젊은 여성을 상대로 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갈수록 진화하며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감독원’공문서를 위조하고 직원인 척 여성 피해자들과 직접 대면해 돈을 건내받는 등 점점 더 대담ㆍ지능화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수사기관ㆍ금감원 사칭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 중 20~30대 여성의 피해건수는 2152건으로 전체 피해건수의 74%를 차지했다.
피해금액은 175억원으로 전체 피해금액의 71%를 차지, 같은 나이의 남성에 비해 피해액이 10배를 육박했다.
실제로 최근 대전경찰은 이와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친 피의자 A(24)씨를 붙잡았다.
A씨는 지난 1일 오전 10시 30분께 서울 관악구에서 보이스피싱에 속아 나온 20세 여성 피해자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1800만원을 받아 중간책에 넘긴 혐의다.
A씨는 양복 차림에 금융감독원장의 도장이 찍힌 공문서를 들고 있었다.
공문서에는 “해당 계좌가 대포통장 및 불법자금에 이용 당해 금융계좌 추적에 들어갔다”며 “일단 환수 후 원상 복귀시켜 드린다”고 적혀있었다.
경찰은 최근 20~30대 여성에게 피해가 집중되는 데 다양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사회진출이 빨라 목돈을 모았을 가능성이 높은데다 범죄 사례에 대한 직간접적 경험이 적어 사기에 대한 의심이 상대적으로 적다.
사무직에 종사하는 사람일수록 전문성과 권위를 내세운 지시사항을 준수하려는 경향이 피해를 키운다.
이런 수법의 보이스피싱은 검찰이나 경찰, 금감원 직원을 사칭해 권위를 내세운다. 이들은 사건번호와 명의도용, 계좌안전조치 등의 전문용어를 구사하며 지시사항을 잘 따르는 피해자를 노린다.
또 최근에는 직접 만나 현금을 전달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성 피해자의 경우 현장이 발각돼도 물리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전경찰 관계자는 “결혼 자금 등 현금 유동성이 있는 미혼여성 피해자가 특히 표적되고 있다”며 “국가기관 및 금융기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예금을 인출하라고 하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창민 기자 kcm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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